이라크전쟁은 개전 11일째인 30일에도 교착상태를 지속,장기화를 예고했다. 미·영 연합군은 거친 모래폭풍속에 이라크군의 게릴라식 공격에 몰려 바그다드 전략을 수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연합군의 포격이 거세지면서 민간인 피해도 급증,반전 여론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초기 작전 실패를 둘러싸고 미 지휘부내 책임 논쟁마저 불거져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이라크군에 의한 자살 폭탄테러마저 일어나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번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며 전쟁 장기화를 기정 사실화했다.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략을 가로막는 5대 악재를 점검한다. [ 자살 폭탄공격 시작됐다 ] 이라크 중부 나자프 미군 검문소에서는 29일 한 이라크 하사관이 택시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미 제3보병사단 병사 4명이 사망했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연합군을 겨냥한 자살 폭탄공격은 계속된다"며 "단 한번의 자살폭탄공격으로 연합군 5천명을 한꺼번에 죽이는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도 "지난 몇달 간 수만명의 이라크 병사들이 미군에 맞서 '순교(자살 공격)'하겠다며 자원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자살폭탄 공격은 이라크가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격을 늦추려고 도입한 새로운 게릴라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 민간인 피해급증과 반전 확산 ] 민간인 사상자가 계속 늘어 미군의 작전 수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라크는 차량 행렬을 가로막는 '인간방패'로 어린이를 활용,미군의 군사작전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8일에는 연합군 전폭기가 발사한 미사일이 바그다드 서부의 알 나세르 시장에 떨어져 민간인 62명이 사망하고 1백7명이 부상한 사건도 발생했다. 모하메드 알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개전 이후 연합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1백40명이 숨졌으며 부상자는 3백51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민간인 피해가 늘면서 반전 여론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 등돌리는 이슬람권 ] 미군이 터키로부터 지상군 기지 사용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이라크 공격 작전의 최대 실패로 지적되고 있다. 남북에서 동시에 바그다드로 진격,단기에 전쟁을 끝내려는 작전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터키가 쿠르드족 문제 해결을 위해 독자적으로 군사 작전을 감행하겠다고 밝혀 연합군의 작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을 도와주지 않고 있고,시리아 이란 등은 간접적으로 이라크를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민의 피해를 우려,연합군 순항 미사일의 사우디 영공 통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29일 "지중해와 홍해로부터 발사된 미사일이 문제가 됐으며 미군은 홍해상의 전함을 걸프쪽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 4월부터 전쟁하기 어려워진다 ]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이라크 중남부 지방을 휩쓴 초속 50m의 모래폭풍은 연합군의 진격을 가로막았다. 모래폭풍은 첨단 장비의 전파를 교란시켜 위성을 통한 관측을 어렵게 하고 헬기 프로펠러에 모래가 끼여 기동력을 떨어뜨렸다. 모래폭풍은 6월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연합군의 공격을 막는 최대 복병인 셈이다. 또 4월부터는 평균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본격 더위가 시작된다. 바그다드의 평균 기온은 5월 35도,6월 40도로 치솟아 다음달안에 승부를 짓지 못하면 전쟁 장기화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연평균 강수량도 2백∼4백㎜로 연간 가뭄이 지속돼 연합군의 활동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 美 지휘부 분열됐다 ] 어떤 방향으로 전쟁을 끌고 나가야 할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미국의 고민거리다. 미 주간지 '뉴요커'(31일자)는 "군사 전략가들이 이라크 공격에 4개 이상의 사단을 배치할 것을 건의했으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거부했으며,이라크의 저항으로 작전 차질이 빚어진 뒤에야 뒤늦게 병력 증원에 나섰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합참은 3,4개 사단이 사용할 수 있는 수백여대의 탱크와 차량을 해로를 통해 수송할 것을 요청했으나,럼즈펠드 장관은 쿠웨이트에 배치된 1개 사단 분량의 무기와 군사장비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인한·유영석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