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28일 시리아가 이라크에 군사장비를 제공하고 있다며 `적대 행위' 중지를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시리아가 야간 투시경 등 군사장비를 이라크에 제공하고 있다고 구체적 사례까지 제시했다. 그는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에서 군사장비는 물론 인적 왕래까지 이뤄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의 경고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 행동을 시사한 것인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럼즈펠드 장관도 그같은 질문에 확대 해석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그동안 꾸준히 누적돼왔기 때문에 럼즈펠드 장관의 이날 경고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다.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에 앞서 이스라엘 언론들은 시리아가 이라크전 자원병의 이라크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출신자 수십명이 이미 시리아측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또 시리아가 이라크를 대신해 동유럽 국가들에서 무기를 구입한뒤 이라크에 넘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랍권 유일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시리아는 일찍이 미국 주도의 이라크 공격을 "유엔 회원국에 대한 명백한 점령이자 침략"으로 규정했다. 시리아는 지난해 유엔사찰 재개를 허용하는 안보리 결의 1441호를 지지해 아랍국가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 의지가 확고해지면서 프랑스, 독일, 중국 등 2차 결의 채택에 반대하는 반전 진영에 가세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아랍 지도자 가운데는 처음으로 이라크 전쟁이 제2의 베트남전, 제2의 레바논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7일자 레바논일간지 앗사피르 회견에서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점령하더라도 "대중 저항"에 부딛혀 결코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날 시리아의 저명한 종교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카프타로는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에 `자살 공격'을 감행할 것을 촉구했다. 그의 발언이 정권의 사전 승인없이 나왔을리는 만무하다. 시리아는 미국이 규정한 `악의 축' 국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라크전 이후미국의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실제로도 시리아는 아직 미국무부의 `테러 지원국가' 명단에 올라있다. 시리아의 우려는 제1의 적국인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다, 골란고원반환문제와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 등으로 이스라엘과 사사건건 이해충돌을 빚고 있다는데서 유래한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중동정책은 이스라엘의 국익을 최우선 반영하기 마련이고 그점에서 시리아는 이라크 다음으로 손을 봐야 할 국가라고 입을 모은다. 바트당이 장기 집권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의 비위에 거슬린다. 아사드 대통령은 미국이 "자기들의 입맛대로 중동 질서를 재편하려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양국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것도 시리아를 부정적으로 보는 미국의시각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옆에 있는 이상 미국의 마음을 얻으려는 시리아의 노력도 한계가 분명하다. 시리아의 잇단 강경 발언은 미국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불안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어쨌든 시리아가 이라크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