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요즘 중고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이라크 전쟁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이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아랍계 인구가 500만명이 넘어 서유럽에서 가장 많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 폭이 큰 프랑스 학교들의 전통에서도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교 학생들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지난 20일 미국 대사관이 있는 파리 콩코드 광장으로 수천명이 몰려가 이날 저녁 일어난 반전시위를 앞장섰으며 지난23일, 25일에도 연일 평화시위를 벌였다. 일간지 르피가로는 26일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논쟁이 뜨거울 뿐 아니라 아랍계, 유대계 인구가 많은 학교에서는 적지않은 긴장이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사들에게는 이번 전쟁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 교사들은 이미 이라크 전쟁에 대해 나름대로 확고한 시각을 세운 학생들에게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학생들의 질문 중에는 "점령군이 민주주의를 출범시킨 적이 있느냐" "자크 시라크의 평화 제안은 단순히 프랑스에서 테러 발생을 막기 위한 것은 아니었느냐" "이라크에 석유가 나지 않아도 지금과 똑같은 전쟁이 일어났겠느냐" "유엔은 앞으로도 쓸모가 있느냐" 등 까다로운 것이 적지 않다. 고교 역사 교사인 안 데스캉은 "학생들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그러나 때때로 유보의 미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시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중부 앵드르 지방에 있는 2개 중학교는 이라크 전쟁 발발 후 테러를 우려해 영국, 스페인, 미국 수학여행을 취소했다. 일부 아랍계 학생들이 미리 이 여행을 취소한 반면 어떤 학생들은 "왜 이라크로 는 수학여행가면 안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 교사는 "예전에는 학생들에게 미국에 대한 환상을 깨도록 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요즘은 미국을 설명하기가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이라크 개전 이후 학교 분위기 변화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반면 아랍계 인구가 많은 학교에서는 오히려 전쟁에 대한 언급조차 꺼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단체들은 반전 시위를 촉구하고 있으며 소수지만 교사들도 전쟁반대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대부분의 학교는 교사 회의를 열고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학생지도, 생활 지침을 마련했다. 교사들은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토론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