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못지 않게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쟁의 속성으로 볼 때 이번 전쟁의 초기 단계 선전전에서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어느 정도 승세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26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영국이 호기있게 장담했던 `해방군을 환영하는 이라크 군중'의 모습이 아직 잡히지 않아 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면서 이라크군의 항복을 부추기고 일반 시민들의 환영 무드를 고조시킬 이같은 장면은 미.영군이 국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도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남부 바스라에서 25일 시아파 주민들이 반후세인 봉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맹군 지도부는 지금까지 세계인의 뇌리에 새겨진 부정적인 미.영군의 이미지를 만회할 기회라며 반색을 하고 있다. 아랍인들에게는 지금까지 세 가지 영상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공습으로 처참한 부상을 입은 이라크 민간인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겁에 질린 미군 포로들의 모습, 나머지는 맹렬한 공습을 받고 있는 바그다드의 모습이다. 이같은 이미지들은 이번 전쟁이 `부당한' 것이며 후세인 정권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선전전은 앞뒤가 안 맞는 보고에서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주 미국측은 이라크 남부 전역의 마을들이 후세인 정권 전복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남부지역의 이라크군은 동맹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며 미국측이 집단투항했다고 주장한 이라크군 51사단 8천명의 병력중 상당수는 그 후에도 계속 미군과 전투를 벌인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미국측 주장의 신빙성은 크게 손상됐다. 이번 주 들어 미군은 페다인 사담 등 이라크 주민들간에 악명높은 비정규군의 저항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라크 남부지역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일부 정규군이 저항하고 있다는 상충되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선전 대목은 후세인대통령이 어떻게 됐는지에 관한 것인데 미국은 개전 초기 후세인이 공습으로 사망했거나 부상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이라크측 보도를 보면 후세인은 멀쩡하게 군대를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세인은 지난 24일에는 정규군이 미.영군에 맞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도시들을 거명하기도 했다. 전쟁이 깊어지면서 어떤 새로운 이미지들이 선전전의 윤곽을 그려낼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미국은 심리전의 우위를 장악하기 위해 이라크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침묵시킬지도 모르지만 후세인이 살아있는 한 그는 오사마 빈 라덴처럼 위성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항전의지를 이라크 국민에게 전달할 것이 틀림없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