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격 및 주요 거점도시 장악이당초 예상보다 더뎌지는 것은 이라크군이 비정규전을 최대한 활용한 `군사력의 효율적 사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예비역 육군준장으로 미국 CNN방송의 군사문제전문가로 활동중인 데이비드 그렌지씨는 26일 미.영 연합군의 선두부대가 이미 이라크 남부전선을 돌파한 뒤 바그다드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바스라와 움 카스르 등 남부전선의 주요거점을 완전 장악하지 못한 데는 이라크군이 비정규군까지 망라한 군사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집권 바트당의 열성당원들과 사담 후세인 대통령 일가의 사병 게릴라 조직인 `페다인 민병대' 등으로 구성된 비정규군은 연합군 선두부대가 이미 지나간 남부전선의 병참로 공격과 진로 차단 등의 수법으로 후방 교란작전에 나서고 있다. 비정규군은 절대로 탱크 등을 앞세워 연합군에 맞서지 않는다. 옛소련제 구식탱크로 맞서봤자 백전백패일 뿐인 이번 전쟁에서는 게릴라식 전투로 병참에 타격을입히면서 연합군의 진격을 늦추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라크군은 또 기후와 지형지물을 적절히 활용, 연합군의 진격에 타격을 주고있다. 대부분의 이라크 교량과 마을의 도로는 협소하기 그지없어 대규모 연합군 병력의 통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비정규군은 이 때 농가나 밭두렁에 숨어있거나 마을주민들 틈에 섞여 있다가 저격이나 기습공격으로 연합군을 당혹케 한다. 게릴라들이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거나 미군에 투항하는 것처럼 백기를 들고 다가왔다가 불시에 공격을 가하는 수법도 비정규군의 전략이다. 모래폭풍은 이라크군에게도 불리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런 기후에 익숙한 게릴라들은 기습 출몰작전으로 연합군에게 타격을 입힌다. 지금까지 이라크군에 생포된미군 대부분이 이런 전략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런 만큼 바스라와 나시리야, 카르발라 등 남부전선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는 `숨바꼭질식 전투'는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연합군은 예상치 못한 게릴라전에 뒤늦게 대비책을 세우고 있으나 철저한 대응은 쉽지않을 전망이다. 민간인들에게는 총을 쏘지 않는다는 교전수칙에 따라 일단공격을 마친 게릴라들이 민간인 속으로 파고들면 더 이상의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이는 마치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들 틈에 섞여 미군을 공격하던 베트콩을 색출해야했던 상황과 흡사하다. 뿐만 아니라 연합군은 가능한 한 도로와 댐 등 이라크의 사회간접자본을 파괴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여기에도 대응의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라크 비정규군을 상대로 어떤 작전과 전략을 구사해야 효과적일까. 그렌지씨는 연합군이 비정규전과 시가전에 능통한 군사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구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영국군은 이미 분리독립 문제를 둘러싼 테러 등으로북아일랜드와 키프로스 등에서 이미 충분한 경험을 쌓았고, 미국에도 비정규전을 전담하는 특수부대와 보병여단이 있는 만큼 이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문제는 이라크 후방지역에 투입된 연합군 지원부대는 이런형태의 전투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연합군 지휘부는 비정규전이 진행중인 주요 도시를 철저히 감시할 항공전술부대를 하루빨리 배치하는 동시에 이라크 남부 전역에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다수의 신속대응부대를 운영해야 한다. 미.영 연합군은 이와는 별도로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게릴라들의 협박이나 감언이설에 귀 기울이지 말도록 선무작업도 강화해야 한다. 이라크 북부지역 주민들이페데인 민병대 등 이라크 비정규군의 만행에 치를 떨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바스라와나시리야 등 남부지역 주민들의 정서는 대체로 비정규군의 활동에 동정적인 만큼 철저한 선무공작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주민들을 상대로 한 인도적 차원의 생필품 지급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그렌지씨는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bigpen@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