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러시아제 무기 비밀 지원의혹을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간 갈등이 25일 '감정 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대(對) 이라크 무기 제공 의혹과 관련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24일 전화 통화 내용에 대한 미 백악관 발표를 크렘린궁이 정면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 알렉세이 그로모프 크렘린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부시 대통령이 어제 푸틴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러시아가 대전차 미사일과 전파 교란장치, 야시장비 등 민감한 무기들을 이라크에 제공한 의혹에 대해 항의했다"는 백악관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로모프 대변인은 "이 문제를 먼저 꺼낸 것은 푸틴 대통령이며, 이라크에 대한무기 판매 사실을 부인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특히 확인도 안된 사실을 미리 공표하는 것은 러-미 우호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도 그동안 미국에게 비슷한 문제들에 대한 해명을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답변을 못받고 있다"며 제3국에 대한 미국의 무기 밀수출 의혹을 제기하는맞불 작전을 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러시아가 모든 국제 법규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그로모프 대변인은 덧붙였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과 알렉산드르 루미얀체프 원자력부 장관도 이날 사로프 핵무기 센터에서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위험한 핵장비들을 몰래 제공한 것은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하며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루미얀체프 장관은 "미국-네덜란드 컨소시엄인 `우렌소'가 이란에 핵무기 제조용 우라늄 농축에 쓰일 수 있는 원심분리기들을 제공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바노프 장관도 "누가 이같은 짓을 하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미국의 이중성을공격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을 포함한 러시아 관리들과 무기 수출회사들은 24일일제히 이라크에 대한 무기 수출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으나,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대변인은 러시아가 무기를 제공한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반박해 러-미 갈등에불을 지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