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때마다 최첨단 무기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던 미군이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는 잇따른 사고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영국 공군의 최신예 토네이도 GR4 전폭기가 이라크-쿠웨이트 접경지 상공에서 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맞아 추락, 승무원 모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적 미사일을 피격할때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은 수차례 있었으나 아군 목표물에 피해를 입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에는 미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공격용 아파치헬기가 바그다드 남쪽 80㎞ 지점에서 이라크 농부들이 쏜 소총에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대시속 2백79㎞, 16개의 미사일과 로켓을 장착한 최첨단 헬기가 재래식 무기의 대명사인 소총에 격추당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라크 TV는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아파치헬기가 최고 성능이라고 하더니 우리의 영웅적인 전투원이 그것을 소총으로 격추했다"고 비꼬았다.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아파치 헬기는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각종 전투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미군의 대표적인 첨단 무기로 꼽힌다. 따라서 미군 지휘부는 이들 두 사건으로 자존심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분위기다. 특히 이들 사건이 이라크의 미군포로 공개 이후 저하된 미군들의 사기와 자국내 반전여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