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잡은 벤 수퍼상병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이라크 국경을 불과 몇 마일 앞두고 있다는 쿠웨이트 북부 사막. 모래폭풍은 10m 앞도 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몰아쳤다. 앞서가던 차량행렬이 멈춰서고 뒤따르던 행렬도 어쩔 수 없이 시동을 꺼야 했다.25일 새벽(현지시간). 기자가 속한 미군 제101 공중강습사단(AAD) 제1전투여단(BCT)426 전방지원대대(FSB)는 다시 임시 캠프를 차리고 하루를 더 기다리게 됐다. 험비(Humvee)에 동승한 존 스위프트 대위는 "아무래도 계획이 바뀐 것 같다. 원래 계획대로 라면 지금쯤 바그다드 근처까지 가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무언가 차질이생긴 게 틀림없다. 무엇보다 이런 날씨에서 계속 진군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고말했다. 부대원들 말로는 이 곳 병력이 통과해야 할 이라크 남서부 지역에는 현재 모래폭풍이 더 심하게 몰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26 FSB 지휘관인 드웨인 갬블 중령은 무전기로 본부대대와 계속 연락을 취하고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하루 더 대기해야 할는지 모르겠다"고만말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동이 이뤄질지, 작전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서는일체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떠난 제1전투여단 제1-3대대 병력은 아마도 이라크 국경을 넘어선 것으로보인다. 당초 집합지역(Assembly Area) 또는 전술작전지역(TAA)으로 설정해 놓았던지점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어쩌면 멈춤없이 곧장 바그다드 쪽으로 향하는 작전이 전개될런지도 모른다. 이라크 남부에서 움카스르항을 통해 저항없이 올라가던 다른 보병 병력들이 이라크 군의 기습공격에 상당한 인명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곳 지휘관들은 시시각각 작전 계획을 바꾸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당초 1주일이면 바그다드를 함락할 수 있을 것이라던 부대원들의 장담도 사라지고 높았던 사기도 많이 꺾여 보인다. 오히려 미군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소식이 이들의 마음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화학전 팀의 보나피스 대위는 "내 군 경력에서 가장 힘든 날이 온 것 같다"고말했다. 전기공급과 급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샤 부대원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넘기고 있다. 며칠간 세수는 커녕 양치도 제대로 못한 통에 불쾌지수가 높아져 좁은임시 막사안에서 서로 말다툼을 벌이는 부대원들의 모습도 종종 보인다. 진군이 늦어지면서 병사들의 지친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과연바그다드 강습작전이 미군의 장담처럼 전광석화와 같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스커드 경보는 하루 4-5차례 어김없이 찾아오고 부대원들은 방독면 밖으로거친 숨을 휘몰아쉬고 있다. (이라크-쿠웨이트 접경 사막지대=연합뉴스) 옥철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