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휴일을 맞아 전세계 수백만의 인파가 반전의 목소리를 드높인 데 이어 24일에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비난하는 시위가 전세계 각지에서 이어졌다. 특히 독일에서는 반전 시위가 본격화한 지난해말 이후 처음으로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 경찰과 시위대 양측에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부분 대학생과 중고생으로 구성된 2만여 명의 독일 반전 시위대는 이날 함부르크 도심에서 반전 집회를 열고 평화적으로 행진했으나 행사가 끝날 무렵 8천명이 미국 영사관으로 향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독일 언론은 시위대 쪽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던지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진압해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161명이 연행되고 36명이 일시 구류됐다고 전했다. 또 예나와 비스바덴, 킬, 할레 등 여러 도시에서도 각각 수백-수천 명의 학생들이 반전시위를 벌였으나 경찰과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전국적으로 부분 파업에 돌입한 교사들이 반전 집회에 합류해 15만~2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나와 반전 구호를 외쳤다. 호주의 반전 시위대 수백명도 이날 참전 결정을 내린 존 하워드 총리를 거세게 비난하는 한편 이번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호주군 철수를 주장하며 호주 의사당 앞에 모여 연좌 시위를 벌였다. 의사당 안에서는 일부 방청객들이 하워드 총리의 의회 발언 도중 "하워드 당신은 거짓말쟁이, 겁쟁이 하워드"라고 외치는 등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바람에 하워드 총리의 발언이 세 차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뉴질랜드의 종교계 인사들은 자신들의 피를 모아 미 영사관 집무실의 카펫에 십자가를 그림으로써 확고한 반전 의사를 미국측에 전달했는가 하면 그리스의 영화감독 테오도르 앙겔로풀로스를 비롯한 그리스 영화인들은 미국 영화 불매운동을 주장했다. 중동 지역의 이슬람 국가들도 이날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격을 거세게 비난하며 닷새째 반전 집회를 이어갔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1만2천명의 학생들이 이라크의 승리를 신에게 기원하며 미.영 연합군의 철수를 주장했다. 특히 이날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 외무장관회의가 이라크에 대한 `침공'을 규탄하고 미국-영국 연합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면서 반전 시위대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알제리에서는 국회의원 40명이 '이라크 침공 중단'을 외치며 미 대사관을 향해 행진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도 미 대사관 앞에서 반전 집회를 갖던 시위대 3천여명을 경찰이 최루탄을 동원,해산시켰다. 이밖에 나이지리아,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소규모 반전집회가 개최됐다. (프랑크푸르트.캔버라.웰링턴.아테네.다카르.카이로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