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와 접경한 이라크 남부 루메일라 유전 지대에서 여러 건의 유정 화재가 발생, 쿠웨이트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으며 현장을 조사한 전문가들은 24일 이라크측이 방화한 흔적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 소방 책임자인 아이사 부야베는 이날 자신이 이끄는 소방팀이 이라크 쪽으로 2㎞ 들어간 지뢰매설 지역의 석유 분출구 2곳에서 일어난 화재를 물대포로 15분만에 진압했으며 나머지 6건의 화재도 앞으로 2주 안에 진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화재가 난 석유 분출구들을 조사한 결과 분출구마다 검은 전화선이 연결돼 있었다면서 "이는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유전을 폭파시키기 위해 이라크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이고, 똑같은 전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파손되기는 했지만 불에 타지 않은 석유 분출구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 역시 검은 전선이 연결돼 있었고 폭발 방향과 주변의 모래자루 위치 등을 볼 때 이 역시 파괴공작의 흔적이 역력했다고 밝혔다. 부야베는 그러나 대부분의 화재 현장을 점검한 결과 이라크 군이 유전을 폭파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았거나 일부러 파괴력이 약한 폭발물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은 퇴각하면서 쿠웨이트의 유전에서 700개 이상의 석유분출구에 불을 질러 2년 이상 화재가 계속되면서 복구비만도 약 500억 달러가 소요됐다. 이에 따라 미.영 동맹군은 이번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자국의 유전에 불을 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라크측이 개전 이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1천685개에 이르는 이라크의 유정 중 불이 난 곳의 수가 워낙 적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루메일라 유전에는 약 500개의 석유 분출구가 있으나 쿠웨이트의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당시 불타고 있는 곳은 7개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부야베는 "누가 폭발물을 설치했는지 모르지만 이들은 과거 쿠웨이트에서와 같은 일이 재연되기를 바라지 않은 것 같다. 단지 추정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후세인의 명령을 잘 따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영군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남부 이라크 유전지대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지면서 진화작업에 투입됐던 일부 민간인 소방요원들이 피신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 해병대는 24일 기자들에게 처음으로 안내하려던 화재현장 방문을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쿠웨이트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