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역에서 24일에도 최소 5만여 명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함부르크에선 지난해 말 이후 수많은 반(反)이라크전 집회와 관련해 처음으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특히 경찰은 중고생이 대거 포함된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 3명과 여러 명의 시위 참가자가 부상했다. 이번 일로 인해 중고생이 수업에 빠진 채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고 독일 언론은 지적했다. 대부분 대학생과 중고생으로 구성된 2만여 명의 시위대는 이날 함부르크 도심에서 반전집회를 열고 평화적으로 행진했으나 행사가 끝날 무렵 8천 명이 미국 영사관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일부 청소년과 팔레스타인인, 쿠르드인들이 몽둥이와 돌, 병 따위를 지니고 시위대에 합류했으며, 10여 차례 해산 지시를 듣지 않고 경찰을 공격하기 시작해 일반 평화적 시위대와 경찰을 보호하기 위해 진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위대 측은 확성기를 통해 평화적 시위임을 강조하면서 이미 자진 철수에 동의했음에도 경찰이 진압에 나섰다고 맞섰다. 독일 언론은 시위대 쪽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던지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진압해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면서 161명이 연행되고 36명이 일시 구류됐다고 전했다. 이날 예나와 비스바덴, 킬, 할레 등 여러 도시에서도 각각 수백-수천 명의 학생들이 반전시위를 벌였으나 경찰과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독일의 반전시위에는 일반 시민과 대학생 뿐아니라 중고생들도 수업에 불참한 채 대거 참여해오고 있다. 함부르크의 일부 학교에선 부모의 동의서가 있을 경우 수업 불참을 인정해주었으나 대부분 학교는 결석처리했다고 독일 언론은 밝혔다. 옛 동독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도시인 라이프치히 니콜라스교회에선 이날 수 만명의 시민이 평화 기원 예배를 드린 뒤 반전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했다. 한편 옛 동.서 베를린 접경지역 미군 검문소 자리의 `체크포인트 찰리' 박물관에 게양돼 있던 미국 국기가 반전 시위대에 의해 또다시 찢겨 내려졌다고 24일 박물관 측이 밝혔다. 이라크전 이후 이곳의 미 국기가 찢긴 것은 이 번이 두 번째다. 연합군측 미군 관할지역과 동독 간의 통과로에 위치했던 미군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는 냉전의 상징이었으며,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장벽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