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여기는 보수주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전쟁 발발 3일째인 지난 21일자에서 '부시 대통령의 꿈, 한 정권이 아닌 중동 지역 전체의 변화(President's dream…changing not just regime but a region)'라는 1면 해설기사를 통해 이라크 전쟁을 보는 입장을 간접 표현했다. 이라크에 친미(親美)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면 중동 지역이 안정되고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의 가능성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게 골자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군을 이라크로 보내면서 한 국가의 정권 변화만을 고려하지 않았다. 중동지역 전체를 미국에 우호적인 새로운 지역으로 만든다는 비전이다. 이라크의 정권이 바뀌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 중동 지역 3대 강국에 모두 친미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이는 민주주의의 확산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후세인의 몰락은 과격분자들의 입지를 축소시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더욱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꿈'은 6년 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신보수주의(Neoconservative) 입장의 싱크탱크 집단들이 씨앗을 뿌렸다. 1990년대 후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오슬로 평화협정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아랍권은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게 기본 뿌리다. 아이디어가 탄생한 곳 중 하나인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the Project for the New American Century)'의 게일 슈미트 소장은 당시 클린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수단으로 쓸 가능성을 뿌리뽑고 주변의 온건세력을 위협하는 후세인을 권좌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한에는 18명의 국가안보 강경론자들의 서명도 들어 있었다. 클린턴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신보수주의자들은 '강력한 미국'을 세계에 과시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신보수주의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핵심 관료로 대거 입성했다. '18명의 서명자'중 절반이 현직 고위관리로 일하고 있다. 국방부의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과 폴 월포이츠 부장관, 국무부의 리처드 아미티지와 존 볼트, 국가안보위원회에서 중동 정책을 총괄하는 엘리어트 아브람스 등이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이러한 견해에 동의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상처받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는 테러위협국으로 등장했고 결국 신보수주의 이론이 핵심 정책으로 떠올랐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해방된 이라크는 자유의 힘을 보여주는 아주 활력 있는 나라로 변모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군사행동을 통해 중동 지역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막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전쟁이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과격분자들의 영향은 커지고 미국에 대한 아랍권의 분노가 더욱 격해질 것이다. 난마처럼 얽힌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영향도 불확실하다. 특히 미국의 영향력 증대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면 문제 해결에서 더욱 멀어질 수도 있다. 강경론자인 이스라엘 샤론 총리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것도 숙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