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나면 고국을 빼곤 아무데라도 가고 싶다. 한국도 괜찮다." 요르단 동부 루웨이쉬드 난민촌에서 만난 수단인 자디 무사(40)씨는 빈털터리로는 도저히 고향에 돌아갈수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22일 현재 루웨이쉬드 난민촌에는 무사씨처럼 이라크를 탈출한 수단인과 차드,소말리아인 등 아프리카 출신자 300여명이 수용돼 있다. 이들은 이라크전 개전일인20일 버스와 트럭 등 차량편으로 운좋게 이라크를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바그다드에서 자동차 운전수로 일한 무사씨는 월 50달러로 이라크에선 비교적높은 수입을 올렸다고 했다. 그와 텐트를 함께 쓰는 아흐마드 기마(49)씨는 바그다드에서 세탁소 종업원으로 근무했다. 이들은 바그다드를 황급히 빠져나오면서 당장 입을 옷가지와 약간의 현금만 챙기고 세간은 그대로 남겨뒀다고 말했다. 고향에 가족들이 있지만 지금상태로는 떳떳지 못해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다고 했다. 아프리카 차드 출신인 24세 청년은 바그다드의 한 치과 대학에 유학하던중 전쟁직전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은 그는 상황이 종료되면 바그다드로 돌아가 수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이라크 국경 쪽으로 350km 떨어진 루웨이쉬드에는 2개 난민 캠프에 각각 100여개의 텐트와 화장실 등 임시 수용시설이 엉성하게 들어서있다.텐트마다 석유풍로와 매트리스, 담요, 빵과 식수 등이 제공되고 있다. 제1 캠프는아직도 시설공사가 한창이다. 캠프에서 서쪽으로 70km를 더 가면 이라크와 접한 카라마 국경검문소가 나온다. 난민촌을 관리하는 요르단 적신월사(JRC)의 알리 하디드 총재는 아직 이라크 난민은 단 한명도 없다고 밝혔다. 개전 첫날 아프리카 출신자 22명이 카라마 국경을통해 들어온뒤 점차 늘어 현재 300여명이 수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개전 직후 수단인을 포함해 436명이 보호를 받았지만 일부는 자국 대사관의 주선으로 고국행 비행기를 탔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이들은 난민 지위가 아닌 제3국인으로 분류돼 있다. 하디드 총재는 이들이 난민 신청을 해올 경우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결정할 것이라며 JRC는 국적과 지위에 상관없이 필요한 시설과 물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이 떠나기로 결심할 때까지 수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요르단 당국은 1991년 걸프전 때처럼 이라크 난민의 대거 유입사태에 대비해 루웨이쉬드의 황량한 사막에 난민촌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쟁 양상이 걸프전과 달라 이라크 난민의 엑서더스는 없을 것으로 요르단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 여건을 갖춘 이라크인들은 전쟁 수개월 전에 이미 시리아, 요르단 등지로 피신했다. 더욱이 바그다드 등 이라크 주요도시 주민들도 2,3개월치 비상식량 등을 갖추고 있어 고난의 피난길을 떠나지 않을것이라는 예상이다. 난민촌에서 만난 로이터 통신의 에드먼드 블레어 특파원은 난민촌이 실제 난민수용 효과보다는 유엔 등 국제사회와 대내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암만에서 카라마 국경 검문소까지 이어지는 2차선 도로에는 이날 이라크산 원유를 싣고 나오는 유조차량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하루 평균 600-700대의 유조차량이 왕래했던 도로다. 그러나 카라마 국경은 아직 폐쇄되지 않았다고 관리들은 밝혔다. 실제로 전쟁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나오는 화물 트럭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반면 요르단에서 이라크로 향하는 차량은 거의 찾아볼수 없었다. 요르단 군.경의 검문도 대폭 강화됐다. 암만에서 아즈락과 사파위를 거쳐 루웨이쉬드에 도달하기까지 4차례나 검문을 받았다. 요르단 정부는 20일 국경으로 향하는 동부 사막을 `폐쇄지역'으로 지정하고, 특별허가를 받은 차량과 인원에 대해서만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카라마 국경 검문소 최고 책임자인 아흐마드 하자이마 장군은 21일 "양국간 국경 통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경을 계속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웨이쉬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