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회교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라"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이라크 공격 개시와 함께 카타르에 본부를 둔 회교 위성TV방송인 알 자지라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아부 다비 TV,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아라비야 TV 등 3개 방송 역시 치열한 보도경쟁체제에 들어갔다. 알 자지라는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2001년말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전면공격에 들어가자 서방 TV방송들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특종기사'를 발굴하면서 회교권은 물론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번 이라크전에서도 알 자지라는 수천개의 폭탄과 미사일이 떨어지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특별취재팀을 상주시켜 포화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또 이라크와 터키 접경지역 쿠르드족 거점인 모술에도 취재팀을 파견, 터키군의 이라크영내 진입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하는 개가를 올렸다. 서방 특파원들이 이라크에서 줄줄이 `퇴출'당하고 있는 가운데 알 자지라 취재팀이 바그다드에 상주할 수 있는 배경엔 아랍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표현의 자유'를 고수하면서 친이라크적 또는 중립적인 `보도의 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국의 이익과 시각을 중시하는 다른 방송과는 차별되는 것으로, 알 자지라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부다비 TV는 미국과 영국 연합군이 탱크와 무장헬기를 앞세워 첫 점령한 이라크 남부 움 카스르 항구에서 여러 건의 기사를 생생한 화면과 함께 생방송으로 날려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라크전 개시 전부터 이라크와 쿠웨이트 접경지역에 `전쟁 특별취재 스튜디오'를 차린 아부다비는 연합군의 진격루트를 따라 공격모습을 밀착취재하면서 관심을끌고 있으나 시각이 연합군쪽에 편향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생긴지 한 달 밖에 안되는 알 아라비야 TV는 `균형된 보도'를 앞세워 알 자지라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방송은 회교권 국가에서는 금기시돼 있는 정치적 사안 등을 보도, 일부 국가의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뒷처리' 역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때문에 알 자지라 TV의 보도태도가 `선정적'이라며 종종 불만을 표시해 온 일부 회교도 시청자들은 채널을 알 아라비야쪽으로 돌리는 경향도 있다. 방송사를 운영하는 중동뉴스(MEN)의 알리 알 헤데이티 사장은 지난달 창사 기자회견에서 "알 아라비야는 모든 뉴스를 공정하게 전달, 복잡미묘한 사안을 편향된 시각으로 전해오던 관행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아랍권 TV방송들이 이처럼 기존의 보도관행을 타파한 채 성역없는 취재를 통해 안방으로 다가가면서 시청자들은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걸프전 당시만 해도 회교 시청자들은 CNN이 전해주는 `미국 시각의 뉴스'에 매달려야 했으나 지금은 채널 선택권이 보장되면서 전쟁의 실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공중파 방송인 CBS와 NBC, ABC 방송과 케이블 뉴스전문 방송인 CNN, 폭스, MSNBC 등도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투입, 이라크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한 취재경쟁에 한창이다. 걸프전 당시 CNN의 `위력'에 눌렸던 기존 방송사들은 전례없이 대규모의 취재인력을 이라크과 쿠웨이트 등 현장으로 파견, 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려 애쓰고 있다. NBC뉴스 사장을 역임한 리차드 월드 컬럼비아대 언론학 교수는 "걸프전 당시 보도는 미국 정부의 브리핑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이번 이라크전 보도는 대규모의 취재인력과 예산을 들여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걸프전때와는 180도 다르다"고 말했다. (두바이 뉴욕 AFP=연합뉴스) bigpen@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