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발발과 동시에 미국의 워싱턴 정가에서는 또 하나의 소리 없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전쟁 승리를 기정 사실화한 세계 각국 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이라크 복구사업에 참가하기 위해 워싱턴을 상대로 치열한 물밑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소 1천억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 복구사업은 2차대전 직후 미국의 마셜플랜에 버금가는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지난 17일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발표하면서 이라크 민중들에게 '빵과 자유'를 약속,전후 대규모 복구 사업이 전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사업 분야는 도로 학교 병원 항만건설 등 사회기반시설에서부터 이동전화 식료품 가전제품 등 각종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라크의 유전개발은 기업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이라크 유전 개발에는 향후 3년간 총 1백5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업에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쪽은 미국 기업들이다. 1991년 걸프전 때와는 달리 이번 전쟁에는 참전 국가들이 적어 복구 사업의 대부분을 미국정부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달전 미 국방부는 초기 이라크 복구 사업자로 핼리버튼을 비롯한 5개 미국 기업들을 선정했다. 하지만 복구사업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할 때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의 참여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전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영국은 물론이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반전 목소리를 다소 누그러뜨리며 복구사업 지원의사를 밝혔다. 러시아도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