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걸프전'은 지난 1991년의 1차 걸프전 때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은 처음부터 대규모 군사력을동원하지 않고 제한전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20일 오전 11시35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주요목표물과 이라크 남부지역의 군사시설물 등에 대해 토마호크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공격을 감행했다. 4차례에 걸쳐 실시된 이날 공격에는 지상 발진 B1, B2, B-52 폭격기 뿐만 아니라 홍해와 걸프지역에 있는 순양함 등 함정도 동원됐다. 특히 이날 공격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 등 이라크 지도부의 은신처로 추정되는바그다드 인근 목표물과 방공망 등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 공격은 지난 1차전 때와는 판이한 소규모로 실시됐다. 즉 '무차별적인' 공습과 달리 이번에는 본격적인 작전에 장애물로 작용할만한목표물에 대한 '외과수술'(Surgical Operation)을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즉 외과의사가 수술시 필요한 환부(患部)만 도려내는 것처럼 민간인 희생자가많을 수밖에 없는 무리한 대규모 공격 대신 지도부의 은신처나 대공포 같은 뚜렷한목표물에 대해서만 공격력을 집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차걸프전 때의 '값비싼'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특정목표물만을 타격할 수 있는 기술혁신을 이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밀유도폭탄이다. 1차전 당시 항공기에 의한 유도폭탄의 경우 명중률은 7%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명중률이 70%로 예전보다 10배수준이나 향상됐다. 1차걸프전 당시 항공기 발사 유도폭탄의 유도시스템은 적외선레이저빔이었다.이것은 타격목표물 인근에 잠입한 특수부대원들이 목표물에 빔을 발사(Heating)하면폭탄의 전면에 단 감응장치(센서)가 이를 인식한 뒤 다시 뒷면의 통제장치에 보내이를 목표물에 유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 유도방식의 최대취약점은 바로 기상조건이었다. 만약 목표물 상공에구름이나 모래폭풍이 일 경우 목표물에서 빗나갈 가능성이 높았다. 이 때문에 병원이나 지하대피소 같은 타격목표물이 아닌 민간인시설들에 명중, 무고한 인명의 피해가 발생하는 바람에 미국의 '윤리성'을 훼손했다. 이후 미국은 어떤 기상조건에도 관계없이 정밀타격능력을 갖춘 개량형 '스마트'(Smart)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JDMA'로 알려진 이 신형폭탄은 저고도로 하루에2차례씩 지구궤도를 도는 24개의 인공위성과 연결된 지구위치시스템(GPS)이 보내는라디오 신호에 의해 유도되기 때문에 정밀도면에서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JDMA는 적의 무선방해가 있을 경우 목표물과의 오차거리가 30m, 없을 경우에는5m 이내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신형무기는 지난 1999년 유고슬라비아에 대한미국의 공습 당시 목표물의 위치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에 명중, 사상자를 발생시켜 중국과의 외교마찰을 빚기도 했다. 미국이 제한전을 펴는 또다른 이유도 추정해볼 수 있다. '3류수준'으로 폄하했던 이라크군의 전력이 예상 밖으로 만만치 않은데다 대규모 화력과 병력을 집중시킬만큼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해 자칫 부담감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군의 실제전력은 1차걸프전 때와 비교할 때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래도 가볍게만은 볼 수없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미.영군과 한차례 실전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장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는데다 특히 취약점으로 나타난 부분에 대한 재정비작업도 상당 수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미국이 '박물관 전시용'이라고 평가절하해온 스커드미사일이 이번에도어김없이 발사된데다 전세가 불리하면 대량살상효과를 낼 수 있는 생화학탄의 사용가능성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첩보위성 등 첨단장비와 CIA 소속 비밀공작원 및 특수부대원들을 동원한데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정보를 수집.분석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할 경우 뒤따르는 손실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도 개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제한전을 펼 수밖에 없는 세번째 이유로 참전국수와 비용을 생각해볼 수 있다.이번과 달리 1차걸프전 당시에는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이고 아랍권의 참전이 구체화됐으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실전에 참전한 것은 미국과 영국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Minimum input,maximum output)라는 경제원칙에 따라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쟁 발발막판까지 전쟁을 반대하는 국제여론이 들끓은데다 이런 분위기가 시간이 흐를수록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당분간은 제한전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