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 이라크 남쪽 국경에서 불과 60㎞ 밖에 떨어지지 않은 미군 캠프 펜실베이니아에 갑자기 스커드 미사일 경보음이 울렸다. 평소에도 종종 화생방 훈련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개전 직후라는 상황도 상황이거니와 사이렌 소리나 부대원들의 행동이 모두 실전 같았다. 보통 일상적인 훈련 때는 방독면을 쓰고 있으면 2-3분 안에 해제 사인이 나오고 병사들은 "또 훈련이다"며 그냥 웃어 넘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훈련이 아니었다. 점심시간에 막사 안에서 느긋하게 MRE(시레이션)를 먹고 있던 부대원들이 갑자기 `스커드 얼러트(scud alert)'라는 외침과 함께 쥐고 있던 숟가락을 집어 던졌다. 옆에 차고 있던 방독면을 황급히 쓰고 막사 밖으로 나가자 병사들이 모두 화생방복(NBC기어)을 입은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막사에서 20-30m 떨어진 대피소(셸터)에는 20여명 정도의 병사들이 차곡차곡들어앉아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옆에서 무슨 소리가 나자 `주의하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라는 한 하사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캠프 전체에 적막이 흘렀고 화학무기 같은 어떤 공격이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화학무기에 가장 민감하다는 새 한 마리가 캠프 근처로 날아가는 것으로 보아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병사들은 숨을 죽인 채 30여분을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대피소 밖에서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병사 몇몇이 서성이는 모습도 보였다. 시간이 40분 정도 흐르자 해제 사안이 나왔다. 해제 사이렌이 울리고도 한참동안 병사들은 `올 클리어'라는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방독면을 벗지 않았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오후 1시30분께 다시 두번째 경보음이 울렸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었다. 병사들은 처음보다는 훨씬 질서있게 움직였고 신속하게 대피했다. 이번에도 30분 정도 경보가 이어졌다. 부대 관계자는 "스커드 경보가 있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들리는 얘기로 이라크가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두 차례 스커드 경보가 내려지고 해제되기 전까지 약 1시간 반 동안 이 곳 캠프는 말 그대로 초긴장 상태였다. 한편 제1전투여단 주력 보병 대대인 제1-3대대 전투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화생방(NBC) 생존훈련을 강도높게 받고 있다. 전투원들은 방독면과 화생방복(NBC기어)을 모두 착용한 채 2시간 넘게 실전과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 부대 관계자는 전했다. (미군 캠프 펜실베이니아=연합뉴스) 옥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