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20일 쿠웨이트 북부에 미사일 보복공격을 가하자 쿠웨이트도 공포감이 휩싸이는 등 중동 전역이 전쟁분위기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의 바그다드에 대한 공습으로 바그다드 시민들은 참호속으로 피신, 시내는 적막감만 흘렀다. …이라크가 쿠웨이트시티 북쪽의 무틀라 지역에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하자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쿠웨이트와 미국 병사들은 서둘러 방독면과 화학무기 방호복을 착용하는 등 뜻밖의 일격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에 따라 쿠웨이트는 공습 경보를 알리는 사이렌을 울렸으며 시내 곳곳에 탱크와 장갑차를 새로 배치하고 공무원들에게 24시간 대기명령을 내리는 등 전시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는 수도인 쿠웨이트시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을 폐쇄했으며 대부분의 항공기 운항도 중단시켰다. 쿠웨이트 한 관리는 "공항 직원과 항공권을 가진 사람만을 선별적으로 통과토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쿠웨이트의 유전에서 석유생산이나 유조선으로의 선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이 관리는 말했다. …미국의 공습과 함께 바그다드에는 공습사이렌이 울려퍼졌다. 또 여기저기서 귀를 찌를듯한 대공포 소리가 울렸다. 확성기로 통해 방송된 이라크 국영 TV와 라디오에서는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며 "우리는 침략자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철저히 항전하겠다"는 멘트를 수없이 반복해 내보냈다. 특히 후세인의 장남인 우다이가 등장, "우리는 신에게 맹세한대로 거룩한 순교자나 승리의 영웅이 될 것"이라며 항전을 독려했다. 반면 미군은 이라크의 한 국영방송을 장악, 바그다드 시민들을 선무하는 작업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19일 이라크에 총 6차례에 걸쳐 사전공습을 했다. 미국의 이번 공습에는 18대의 미 항공기가 동원돼 이라크 서부의 미사일 기지 2곳과 광케이블 기지, 레이더 설비 시설 등을 공격했다. 영국의 해병대특수부대(SBS)도 이날 이라크 남부 바스라 인근 움카스르 항구에서 이라크군과 교전을 벌였다. SBS의 주임무는 적의 해안이나 후방 깊숙이 침투한 뒤 해안경계병력의 배치상황 및 해안장애물 설치 여부 등 주요 목표물에 대한 은밀한 정찰이다. 언론들은 미.영의 이같은 공격이 최후통첩 시한 이전의 상황이지만 사실상의 개전으로 받아들였다. …이라크전이 개시되자 뉴욕 경찰은 폭발물 탐지견과 방사능 탐지기 등을 동원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자살 폭탄테러나 방송국 점거 등에 대비해 비상경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뉴욕 시민 7백여명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자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타임스퀘어에 모여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전 연설을 지켜봤다. …홍콩의 펀드매니저들은 이날 이라크전쟁이 시장에 미칠 여파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릴린치의 스펜서 화이트 투자전략가는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뉴스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잠시라도 자리를 떠서는 안된다"며 "돌발 악재가 터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언제라도 주식을 매도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터키 의회는 20일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한 미군의 터키 영공 통과를 승인했다고 아나톨리아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의회가 이라크 북부지역에 터키군을 파병하는 안도 승인했다고 전했다. 의회는 이 두 안건을 표결에 부쳐 전체 의원 5백35명 가운데 찬성 3백32명, 반대 2백2명, 기권 1명으로 가결시겼다고 설명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