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초기부터 가장 강력히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독일은 이라크전이 끝난 뒤 유일 초강대국 미국으로부터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나 러시아와 달리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아닌 독일로서는 이라크전 이후 미국 주도의 새 국제질서 형성과정에서 외교적 고립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이라크전과 관계없이 유럽 주둔 미군 전면재편이 추진돼 왔으나 `미운 털이 박힌' 독일 주둔 미군 철수 규모가 더 커져 안보와 경제 상 이익이 축소 폭이 늘어날 수 있다. 유럽대륙 이외의 국가 가운데 최대의 교역국인 미국과의 통상관계 역시 불편해질 수 있다. 또 전후에 미국이 주도적으로 `분배'하게 될 석유이권이나 이라크 복구과정 등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평화와 인권, 유엔의 권위를 강조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국제사회, 특히 아랍권에 심어준 것은 성과다. 또 2차대전 패전 이후 미국의 `확실한 추종자' 역할을 했다는 인상을 불식시킨 효과가 있다. 향후 유럽연합(EU) 내부에서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독자성을 바탕으로 한 영향력 확대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다. 아울러 이라크 복구과정에서도 전적으로 소외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미국 단독으로는 이라크 전후복구를 감당할 수 없으며, 결국 유엔 및 EU와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통독 이후 휘청거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럽 최대의 경제강국인독일을 제외하기 어렵다. 이미 독일 정부는 인도적 지원과 `유엔과 EU'를 통한 복구사업 참여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미국도 독일을 마냥 홀대할 수는 없다. 독일이 아프간에 최대의 병력을 파병하고 쿠웨이트에 화생방전 특수부대를 파견하는 등 대테러전에 적극 협력해왔기 때문이다. 또 슈뢰더 정권은 이라크전에는 반대하면서도 미군에 영공.기지사용을 허용하고 터키에 조기경보기를 보내는 등 `최악에 대비한 보험'을 들어놓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미국으로부터 `보복성 불이익'을 받을 수 잇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미국 추종에서 벗어난 도덕적, 독자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국제적 영향력이 확대될 수도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