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는 정치생명을 모두 건 도박이었다. 국제무대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유럽 대륙의 강대국들과 갈등을 빚었고 국내적에서는 점증하는 반전여론에 맞대응해야 했다. 블레어 총리는 국제사회외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전쟁을 지지함으로써일부 각료들이 내각을 사퇴하는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의회에서는 139명의 노동당의원들이 전쟁 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노동당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항명사건'을맞기도 했다. 유럽 무대에서도 프랑스, 독일, 러시아와 대립함으로써 유럽의 분열을주도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는 9.11 테러 이후 `테러 전쟁' 과정에서 형성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공조체제를 확고히 유지하는 편이 영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푸들'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미국편에 선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단기간에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되면 영국은 `어려울 때미국을 지원한 동반자'로서 엄청난 경제, 외교적 실익을 누리게 된다. 당장 이라크전후통치에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중동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 석유에 상당한 지분을 챙기게 될 것이다. 유럽 무대에서도 미국의 지지 아래 유럽과 미국간의 분열을 봉합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 총리는 개인적으로 이라크 국민들을 압제에서 해방하고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명분을 바탕으로 지지도가 다시 상승하는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