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그는 험난한 정치역경을 딛고 대통령이 된 후 8년간의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살아남았고 걸프전에서도 비록 패했지만 지금까지 굳건히 권좌를 지켜왔다. 미국은 후세인 제거가 이번 전쟁의 목표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고 후세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를 떠나라'라는 최후통첩에 맞서 결사항전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후세인이 전쟁 와중에 결국 이라크를 탈출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성전(聖戰)을 벌이다 옥쇄할 것인지를 속단하기 어렵지만 현재로선 그가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전망이 앞서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그의 행동 방식이나 과거 형태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아마차이 바람 객원 연구원은 "후세인은 생존자"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과거 걸프전이나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처럼 모든 여건이 그에게 불리한 상황속에서도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을 정도의 `철저한 낙관주의자'라는 것이다. 바람 연구원은 이런 분석의 3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는 항상 자신에게 유리한 최선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 후세인의 신념이고 둘째는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그의 인생관이며, 마지막 근거는 역사적 숙명에 대한 그의 신비한 믿음이다. 이라크에서 최근 출판된 후세인의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모든 난관들을 이겨낼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신념은 후세인을 유산시키려 했던 어머니가 유산에 실패하고 결국 그를 낳았다는 점과 아버지 없이 살아남아 역경을 이겨낸 그의 성장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후세인은 명예가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허약함이나 비겁함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생명이나 이라크의 통치권을 내놓을 만큼 불명예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인생신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후세인은 이라크를 탈출한 후 망명생활을 할 경우 누구도 그를 보호해주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만일 후세인이 불명예스럽게 역사적 숙명을 포기한다면 그의 두 아들이 가장 먼저 후세인을 살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후세인은 이라크 전역에 그가 건설한 터널 및 지하벙커와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여러 왕궁들 가운데 한 곳에 은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18일 후세인이 1945년 히틀러와 동일한 상황을 설정하고 있는 듯하다는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당시 히틀러는 소련군이 베를린까지 진격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베를린의 한 벙커에서 끝내 자살을 선택했다. 후세인은 자신이 향후 중동지역내 초강대국이 될 이라크의 역사적 지도자라는 운명을 타고 났다는 구세주적인 환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그가 `해외탈출'이라는 굴욕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히틀러의 길'을 따르게 될 지가 궁금해진다. (서울=연합뉴스) 최재석기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