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자신들이 `해방'시킨 이라크 민중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역사는 앞서 비슷한 논리를내세우고 중동의 정복에 나섰던 타민족들이 결국 거센 저항에 직면해 고배를 마셔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저널은 역사학자와 중동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민족의식이 강하고 내부사정이복잡한 중동지역을 통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많은 경우 현지 소수계층을대리 지배자로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으나 실패로 끝났다면서 미국이 이런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대 이후 처음으로 중동지역 정복에 나섰다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떠나야 했던인물은 프랑스의 정복자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은 1798년 카이로로 진격하면서 암흑시대로부터 이집트를 `해방'시키고 `진정한 이슬람교도들'을 존중하겠다고 공언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정벌에 나선 진짜 이유는 새로운 인도 교역로를 개척하려던영국에 대한 견제였다. 나폴레옹은 그러나 이집트에서 소수계인 콥트기독교도들에게통치를 맡기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집트 민중의 광범위한 저항에 시달리던 프랑스는 결국 3년만에 막대한 돈과 병력을 잃은 채 이집트에서 철수해야 했다. 그후 1882년 영국이 `이집트 농노의 해방'을 구실로 이집트를 침공했으나 주민들의 저항을 가혹하게 탄압해 이집트는 중동지역에서 반서방 운동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다. 영국은 1914년에는 독일의 동맹국이던 오스만 터키 공략작전의 일환으로 지금의이라크에 상륙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잘 알려진 영국군 장교 T.E. 로렌스는 "영국은 손쉽게, 그리고 빨리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한 적이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반대로 우수한 무기를 갖고서도 이라크 전역을 점령하는데는 4년이나 걸렸다. 영국군 지휘관이었던 F.S. 모드 장군은 "우리 군은 정복자나 적으로 이곳에 온것이 아니라 해방자로 왔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영국 역시 소수계 수니파 이슬람교도들에게 통치를 맡겼던 오스만 터키의 실책을 답습했다. 현지 민중의 끈질긴 저항과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1932년 이라크 독립후 25년간을 포함해 영국이 이라크를 사실상 지배한 40년간은 가장 성공적인 서방의 중동통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968년 영국은 자신들이 책봉한 파이잘 국왕이 쿠데타로 실권하면서 이라크 지배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이후 이라크는 70년대 중반 석유호황에 힘입은 단기간의 번영을 제외하면 내내 쿠데타와 숙청, 전쟁, 독재에 시달리게 된다. 중동 정복에 나섰다 혼줄이 난 국가는 유럽 뿐만이 아니어서 이스라엘도 1982년레바논을 침공했다 쓴맛을 보고 물러나야 했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으로 처음 진격했을 때는 현지 시아파 주민들이 자신들의국토를 전장으로 만든 팔레스타인 게릴라로부터 해방시켜줄 구원군으로 열렬히 환영했다. 그러나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아리엘 샤론 총리가 베이루트 외곽을 공격해 민간인 수천명을 죽게 한 후 이스라엘은 시아파 주민들에게도 적으로 돌변했다. 당시 미국의 레바논 대사였던 밥 딜론은 "중동지역을 총검으로 변화시킬수 있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퇴역 장성이며 군역사학자인 메이르 피알은 이라크를 정복한 미군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새로운 정부를 후원해야 할 것이며이 정부는 정복자에 협력하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에 지원없이 홀로 서기는 어렵다"면서 "미국은 이라크에 오래 머무를수록 더욱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이번 전쟁을 신속히 끝낸 후에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재건사업과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이라크 민중의 환영을 받을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지역 정복 실패의 역사를 통해 교훈도 도출해 내고 있다. 윌리엄 번스 국무부 중동지역담당 차관보는 "미국의 힘을 중동지역에서 적용하는 데는 어느정도의 겸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번스 차관보는 또 "이라크는 매우 복잡한 사회이며 앞으로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지원을받아야 한다. 이것은 미국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