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아버지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최근 터프스대학 중동연구센터 개소식에 참석,다자간 협조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이라크 전쟁에 대한 견해 차이로 소원해진 유럽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하루 빨리 복원시키라는 주문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양 대륙간 관계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회복될 수 있으며,미국이 가장 큰 힘을 쏟아야 할 분야도 이 점이라는 충고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91년 걸프전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이라크를 지지했던 요르단과의 멀어진 관계를 정상화 시켰다. 당시 미국 정부 내에서도 전쟁중 적군을 지원했던 요르단과 어떻게 좋은 사이가 될 수 있느냐는 여론이 우세했다. 나쁜 감정을 삭이는 일이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정부 관리들도 많았다. 이에 대해 부시 전 대통령은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도 다가가서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들을 달랬다. 단기간 마찰이 있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게 외교라고 설득했다.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이제 미국은 새로운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 질서를 미국 중심의 단일체제로만 운영하고자 하는 사고는 버려야 한다. 이는 그동안 우정을 쌓아왔던 우방국을 경멸하는 태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전쟁을 반대한 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등 다른 나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해서다. 이번 전쟁에 대해 멕시코나 터키 등 미국의 가장 친한 친구들마저 등을 돌렸다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이들 국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자신들을 무시했다고 믿고 있다. 전쟁이 끝난 뒤 미국이 다자간 협력체제를 회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미국 이외의 나머지 국가들도 외교적 태도를 바꿔야 한다. 단순히 반미(反美) 외교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프랑스나 러시아는 특히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 문제에서 무조건 미국의 정책을 가로막는 일은 한마디로 "우스꽝스런(pathetic)" 외교정책이다. 또 각 국가들은 신뢰를 다시 세우기 위해 다자가 참여하는 국제기구를 모색해 봐야 한다. 새로 탄생할 국제기구는 테러리즘 대량살상무기 독재국가 등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지금의 유엔으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최근 열렸던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한 보스니아 참가자는 이슬람 교도들이 1만명이 사망하는 상황에서 유엔은 전쟁이 일어난 뒤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며 분노했다. 보스니아 뿐 아니라 코소보 르완다 등에서도 분쟁이 발생했지만 유엔은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유엔 안보리 역시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가지고 있는 거부권(veto) 조항도 바뀔 때가 됐다. 특히 인도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상임이사국에 포함돼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형성된 유엔을 21세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조직으로 재편하는 데 힘찬 시동을 걸어야 한다. 아마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아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충고도 이점이 아닐까.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글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3월24일자)에 실린 "Building a multilateral world"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