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임박하면서 중동 아랍권은 전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비상대책을 강구하는가 하면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전쟁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 전쟁 불참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을 지지해 국내 이슬람권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던 사우디는 지난 18일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국 주도의 이라크 군사공격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우디는 이라크 전쟁이 수니 이슬람국가인 자국의 정치 및 사회적 안정에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가 분열돼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이 각기 독립할 경우, 시아 이슬람국가인 이란과의 세력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정부는 이와 함께 국영석유회사 디아람코의 거점인 동부지방의 원유시설 주변에 치안조치를 강화했다. 또 국민에게 수개월치 비상 의약품을 배급했으며 식량도 3개월간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는 분량을 비축했다. ◆ 곡예외교 요르단 =요르단은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제공하는 경제 지원의 최대 수혜국이다. 연간 5백만t의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중 절반이 무상 지원이다. 동시에 미국의 경제 지원에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 요르단정부는 일찌감치 이라크 전쟁에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이라크와 접한 서부사막에 미국과 영국군 특수부대의 배치를 허용하는 등 곡예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 반전 노선 레바논, 관광특수 누려 =레바논은 이라크 위기로 예상치 못한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에서 비교적 안전하고 서구적 분위기를 풍기는 레바논으로 도피성 관광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 이라크에 우호적인 시리아와 이란 =이란과 시리아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시리아는 이라크 정권에 대해 공공연한 지지와 연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란도 전쟁 발발시 이라크 난민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 난민 수용시설 마련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란은 최근 이라크와 80년 이란 이라크전쟁 포로를 교환하는 등 우호조치를 취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