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해외 에너지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저가수출전략이 주효했고 미국이 굳이 원유수입량을 줄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8일자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미국을 이끌었던 6명의 대통령들은 모두 해외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했으나 한결같이 실패로 끝났다. 해외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세금인상 등을 통해 수요를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시 휘발유 1갤런당 5센트의 휘발유세 인상을 시도했다가 부분적으로는 그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가중되면서 재선에 실패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에 광범위한 에너지세 인상안을 만들었다가 결국갤런당 4.3센트의 세금인상 밖에 하지 못했다.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에 휘발유세를 인상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미국민들이 하루에 사용하는 1천950만배럴의 석유 중 약 60%인 1천150만배럴은해외에서 수입한 것이다. 미국의 석유소비량 중 절반은 승용차나 트럭에 들어가는 기름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국민들은 차에 들어가는 휘발유에 대한 부담 증가는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란혁명 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미국에 풍부한 양이 저장돼 있는 석탄과 혈암을 이용한 합성유를 개발하려 했었다. 그러나 높은 유가로 인해 결국 중동산유국들이 나중에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사우디 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미국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수준의 가격에 원유를 공급하면서 카터 전 대통령의 계획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해 이라크유전을 점령하고 친미적인 정권을 이라크에 수립하게 될 경우 미국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에 대해 그리 큰 걱정을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찰스 레인젤 의원(민주당.뉴욕주)은 미국이 이라크 유전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수 있게 된다면 휘발유세를 높여야 할 필요도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가 전쟁 기간에 이라크 유전을 파괴한다던가 중동의 다른나라 유전들이 테러공격의 대상이 될 경우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를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편 지난 30년간 미국의 원유수입량이 크게 줄었던 때는 1979년-1983년 기간밖에 없었다. 당시 석유소비량 중 수입분 비중은 40%까지 떨어졌었다. 그 기간에는 워낙 이란혁명 후 유가가 높게 치솟은데다 경기침체가 오면서 석유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 수입량 감소의 큰 원인이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