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시작된 폐렴유사 증세의 괴질이 급속도로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1명의 사망자와 5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한 베트남에서는 18일부터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으로 불리는 괴질로 간호사가 숨진 후 50여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하노이 중심가에 위치한 프랑스-베트남병원측은 대다수 환자들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병원측은 그러나 4명의 환자는 아직 증세가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정밀진찰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시엔 블랜차드 원장 등 의료진은 또 지난 한 주간 동안 외부로부터 차단된 채치료를 해온 까닭에 피로가 극도에 달해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의 교체가 절실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병원측은 이날 오후부터 하노이시 건강예방센터 등 관계당국과 함께 간호사, 환경미화원, 주방보조요원 등 자원자 모집에 나섰다. 프랑스-베트남병원은 중국과 홍콩을 거쳐 하노이를 여행하던 미국인 사업가가 심한 호흡장애 증세로 지난달 26일 입원 치료를 받은 후 홍콩으로 출국한 뒤 15일만에 사망하면서 숨진 간호사를 포함한 직원들이 비슷한 증세를 보여 격리치료를 받아온 곳이다. 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하노이에서 운영하는 한국-베트남우정병원(원장 오정환. 32)의 경우 이날 병원을 찾는 환자수가 괴질 발생 전 수준이던 50여명 선으로줄어들었다. 오원장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프랑스-베트남병원에서 상태호전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니 괴질 파문이 베트남에서는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그러나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몸의 청결상태 유지 등 위생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은 유태현(柳泰鉉) 대사를 반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구성, 교민회(회장 김정인 GM대우자동차 현지법인장),한인교회,진출기업협의회 등 관계기관들과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대사관은 또 18일 오전부터 하노이에 있는 10여개 한인식당과 대우호텔 등 한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숙박업소와 가라오케 등에 괴질 증세와 주의사항을 등을 담은 전단을 배포, 고객들에게 나눠주도록 했다. 이와 함께 1만여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호치민시의 한국총영사관도 이날부터 현지 진출 여행사 관계자들과 접촉을 갖고 가라오케, 토산물판매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관광객들의 출입을 자제시키는데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