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고르바초프 옛소련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범죄행위이며 이로 인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정치가로서뿐만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 갖는 권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논평했다고 멕시코 유력 일간 레포르마가 16일 보도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콜롬비아 출신의 1982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75) 씨가 멕시코 잡지 `캄비오(변화) 멕시코'와 공동작업을통해 실시한 서면 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현재 동절기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마르케스씨의 서면 회견에 응하면서 "새 국제질서는 냉전 이후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국제적 위기는 새 국제적 질서의 결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특히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결국 이라크에서 전쟁이벌어지고야 만다면 이는 국제사회 여론에 반하는 범죄행위로 인식된다"면서 "이라크문제는 부시 대통령의 국제적 권위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부시 대통령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또 "미국이 현재 유일하고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초강대국으로 확신한다"고 전제한 뒤 "당연히 미국은 주도권을 지닌 자신들의 생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나, 세계는 이제 더 이 같이 너무도 노골적으로 국가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생각이 (지금까지 말해온 바처럼) 인도주의적 목적을 띠고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이어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유엔이 새 국제질서의동력이 돼야 하는데도 냉전 기간에 너무 심하게 신뢰에 손상을 입었고 무력화됐으며,동시에 너무 많은 시간에 걸쳐 유엔의 결의안과 결정이 완전히 짓밟히는 상황에 처해왔다"면서 유엔을 통한 외교적 해결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마르케스씨는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면 질의서에서 "15년전 모스크바에서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이 꿈 꾸었던 인류 평화를 예감했다"면서 국제적 위기를 앞두고 근세사에서 강대국 사이의 외교적 마찰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인물들 중에서 자문을 구하고자 했다고 회견 취지를 밝혔다. 한편 젊은 시절 엘 에스펙타도르, 엘 에랄도, 엘 우니베르살 등 여러 콜롬비아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하기도 한 마르케스씨는 림프암을 앓고 있으며 현재 멕시코시티에 거주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