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독재자 응징'이란 명분을 내세워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것은 과거 세계의 독재자들과 긴밀히 협력했던 미국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로 서는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이며 부시 정부는 독점기업들의 이익을 대표해 국내와 해외의 민주주의를 짓밟는 진짜 '악의 축'이 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이 17일 논평기사에서 질타했다. 베이징대 항공우주학과 교수이자 중국인들의 반전운동을 주도하는 한 더취앙은 이 신문에 기고한 논평에서 지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대규모 대인살상무기를 제공한 것은 미국이며 지난 1950년대 초부터 70년대 말까지 이란의 독재군주에게 막대한 양의 대인살상무기를 제공한 것 역시 미국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지난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베트남과 한국에서, 1973년에는 칠레에서, 1949년 이전에는 중국에서 독재정권과 손잡고 독립과 민주주의를 갈구하던 국민들을 탄압했던 것 역시 미국이라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각국 국민의 자발적 선택에 따르지 않은 민주주의는 사실상 한 나라에 부과되는 국제 독재일 뿐이라면서 민주주의는 강제로 부과되거나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립과 자유를 기반으로 이룩된다는 것이 미국 독립전쟁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개 식민지 국가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커 나가면서 영국의 식민지라는 족쇄 아래 겪었던 고통을 잊었을 뿐만 아니라 유엔 헌장도 무시하고 자신을 위협하지도 않는 작은 나라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어 미국의 이상과 가치관에 종말을 가져오고 있다고 한 교수는 개탄했다. 그는 세계적인 반전 시위는 평화의 열망을 표현한 데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가치를 보호하려는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미국 정부는 미국 건국의 시조들이 지녔던 이상을 배반하고 다국적 독점기업들을 위한 이사회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조지 W.부시가 군부와 석유, 금융업계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아 백악관을 장악했으며 선거에서 승리한 뒤에는 많은 유권자들의 호소와 이익을 저버리고 독점 기업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데 급급해 미국 국민을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 거듭 노출시키고 국내와 해외의 민주주의를 부당하게 짓밟는 진짜 '악의 축'이 됐다고 비난했다. 한 교수는 1980년대 이후 일부 중국 지식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에 젖어 미국읨든 행동을 미국적 가치와 동일시하게 됐으며 그 결과 중국 경제가 미국의 통제 아래 들어가게 됐다며 이는 미국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전세계에 전파하는 전략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