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이 양대 야권지도자를 사실상 축출함으로써 야권의 원유생산 중단을 동원한 총파업 파상공세를 물리치고 정국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베스 대통령의 중도사퇴를 요구하며 지난달초까지 63일간의 총파업을 이끌었던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상공인연합회(페데카마라스) 회장이 가택연금된 이후, 그와함께 야권의 핵심 지도자인 카를로스 오르테가 노동자연맹(CTV) 위원장도 14일 망명을 결심하고 수도 카라카스의 코스타리카 대사관으로 몸을 숨겼다. 리카르도 리사노 베네수엘라 주재 코스타리카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르테가 위원장에 대한 외교적 망명을 허용했다면서, 그에게 코스타리카 본국 입국을 허용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이틀내에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외무부 성명은 오르테가 위원장에 대해 "인도주의적 이유"에서 망명을 허용했다면서, 오르테가가 망명을 요구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고 호소해 왔다고 밝혔다. 루카스 링콘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오르테가 위원장이 코스타리카 본국 망명이허용되면 그에 대해 안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국영 베네솔라나 TV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코스타리카 정부의결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으면서도, 오르테가의 망명 요구는 총파업 지도부의 "범죄적 성격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들은 국가의 이익에 심대한 해악을 끼친 생산방해 파업 주도자들이자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세계 제5위의 석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이번 총파업으로입은 경제적 손실이 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르테가 위원장은 페르난데스 회장이 전격 체포되고 자신에게도 반역 혐의로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20일 이후 모처에서 숨어 지냈다. 한편 총파업을 주도한 오르테가 위원장의 망명 소식은 반 차베스 지지자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르테가 위원장이 코스타리카 대사관에 망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백명의야권 지지자들이 수도 카라카스 동쪽에 위치한 대사관 주위로 몰려와 "오르테가 동지여, 베네수엘라 국민이 당신과 함께 하고 있다"고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야권 지지자라고 밝힌 루이스 케솔링(53.슈퍼운영)씨는 "나는 그가 우리를 버린것처럼 느낀다"면서 "이젠, 그는 우리를 떠나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다른 한 차베스 반대자는 "그의 부인이 위험에 처해있기 때문에 망명을 이해할수는 있으나 그러면 지도자 없이 남겨진 우리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아쉬움을표명했다. 지난달 당국이 페르난데스 회장을 체포한 이후 오르테가 위원장을 비롯해 국영석유회사(PDVSA) 이사진 7명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며, 이들은 은신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차베스 반대자들은 차베스 대통령이 좌파적 정책으로 나라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갔으며, 특히 빈민들을 돕는다는 볼리바르주의 "사회혁명" 노선의 미명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반대 세력들이 사회적 불평들을 종식시키려는 자신의 노력과 자신이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던 1998년까지 40년간 이어진`부패 정권'으로부터 권력을 획득한 데 대해 분개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그는 파업에 적극 관여한 국영석유사 직원 1만5천여명을 전격 해고했으며, 파업에 동조적인 보도를 내보낸 4개 민간 TV사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하며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차베스 정부는 수출 규모의 80%를 차지하는 원유는 최근 하루 생산량이 290만배럴로 파업전 정상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반대 세력들은 파업전 정상산유량의 3분의 2에 불과한 하루 210만 배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