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는 91년 걸프전쟁을 이끌었던 콜린 파월 당시 합참의장(현 국무장관)이 주창한 압도적 군사력 구축의원칙을 무시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군사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파월 독트린'으로 불리는 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의 전략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적군을 몰아붙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미군은 6개월에 걸쳐 이라크를 압도하는 군사력을 중동에 결집했으며 대규모 군대와 병참 구축작업이 완료되고 39일동안이나 폭격을 퍼부은 후에야 미군은 이라크에 점령돼 있던 쿠웨이트로 진격했다. 타임스는 이라크 전쟁에 나서게 될 지휘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는 군병력 집결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도 이라크를 침공하는 계획을 마련중이라고 전했다. 터키에서 이라크를 침공할 계획이었던 육군 제4 보병사단에 보급할 탱크와 군장비를 실은 30여대의 군함이 현지의 정치적 문제로 해안에 발이 묶여 있는 가운데 미군은 이라크 북부전선 공격 대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쿠웨이트에서는 제101 공중강습 사단 가운에 일부만이 전투에 투입될 준비를 갖추고 있어 다음주 전쟁이 시작되면 주력부대가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제1 기병사단과 제1 기갑사단, 제3 기병연대 등 기갑부대들은 아직도 미국이나유럽에 머무르고 있어 걸프지역에는 4월 중순 또는 하순이나 돼야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육군의 이라크 전쟁 지휘관인 윌리엄 월러스 5군단장은 "우리는 처음부터 군사력 구축과 공격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말했다. 이밖에 이라크 침공의 주력이 될 해병대는 특기인 해안상륙 작전 대신 이번에는수백㎞를 육로로 진격해야 하는데도 이에 걸맞는 병참 지원은 물론 육군의 기갑부대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형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처리를 둘러싼 외교전의 양상에 따라 이라크 공격은 지연될 수도 있지만 당장 다음주 시작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군이 이처럼 군사력 구축이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서도 전쟁돌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러한 전쟁에 중무장한 대규모 지상군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견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는 설명했다. 월러스 군단장은 "적군의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의 군사력은 임무 수행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91년 걸프전 때 지상군을 지휘했던 한 전직 고위 군관계자는 "이라크전성공의 핵심요소는 지상전에서 신속한 승리를 성취하고 최단기간에 안정을 달성하는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이라크전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걸프전에 참여했던 리처드 닐 예비역 해병장성은 "전쟁을 수행하는 데는 물론난민들이나 적군 포로들을 다루는데도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