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당총서기직에이어 국가주석직을 후진타오(胡錦濤)에게 물려줌에 따라 중국의 권력이양이 마무리되고 후진타오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장쩌민이 덩샤오핑(鄧小平) 처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하면서 막후 영향력을 계속 행사한다는 점에서 `후진타오 시대'의 개막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태다. 중국 전문가들은 15일 공식 권력서열 1위인 후진타오 당총서기가 어느 정도의 권력을 확보하고 있는 지 분명하지 않으나 이번 정부 인사를 볼 때 명목상의 직책만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경우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자신의 신념을 정책으로 집행할수 있고 구체적인 정치 일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후진타오는 중국의 지도자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후진타오가 제4세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덩샤오핑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덩샤오핑은 11년 전인 1992년 제14차 당 대회에서 후진타오를장쩌민의 후계자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정책결정 방식은 공산당의 소수 지도부가 비밀리에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이 소수 지도부는 아직도 덩샤오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따라서 장쩌민 주석이 개인적으로 후진타오에게 자신의 직위를 물려주고 싶지 않더라도 후진타오가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함부로 제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홍콩 언론들은 후진타오 신임 국가주석이 장쩌민 주석의 막후 권력 행사를 차단하고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헌법의 중요성과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나설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힘을 쏟는 한편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공적을 자랑하지 않을 것이며 조직업무의 귀재라는 칭호에 맞게 내일을 준비하며 이른바`정치 예술'을 보여줄 전망이다. 특히 후진타오 주석은 소업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친의 장사가 제대로 되지않아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앞으로 가난한 인민들과 약자의 편에서 정책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궈광(吳國光) 홍콩중문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후진타오 체제의 정책 방향과 관련, "가난한 농민과 하층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빈곤지역과 낙후지역, 변경지역개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후진타오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의 1명에 불과하고 상무위원중 6명은 장쩌민 측근들로 채워져 있다"면서 "따라서 지금 그의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이르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장쩌민 주석이 군권을 장악하고 있고 그의 측근들이 당과 정부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후진타오는 명목상의 지도자이며 실권을 잡기 위해서는 몇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의 여파로 집권한 장쩌민 주석의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후진타오는 또 다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자세로 조심스럽게 행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