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미국 정부의 이라크 공격에 완강히 반대하는 것에 불만을 품은 한 미국 업체가 독일 기업과의 기존 거래를 끊을 것임을 밝혔다고 5일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옛 동독지역인 작센주(州) 지벤렌잉에서 종업원 46명의 피혁업체 레더렛을 운영하는 그리트 쿤 사장은 지난달 28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 거래선으로부터 독일의 이라크 정책을 이유로 거래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메인주 오번 소재 에네코 인터내셔널(EI)사가 지난달 18일자 편지에서 "품질과 서비스, 가격이 만족스럽더라도 앞으로는 레더렛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것"이라면서 "독일의 미국 지원 결여가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독일과 프랑스의 이라크전 반대에 불만을 품은 일부 미국인들이 양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적대적 발언을 한 일은 있으나 비록 영세기업이지만 이를 이유로 기업 간 거래가 중단된 일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쿤 사장은 EI에 대한 판매액이 연간 4만6천유로(미화 5만달러)에 불과하지만 2년간 수주노력을 기울여 2001년부터 거래를 트는 데 성공했다면서 매출의 90%를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는 큰 타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독일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산업을 비롯해 많은 독일 기업이유사한 희생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쿤 사장은 슈뢰더 총리가 단기적인 정치성공을 위해 독-미 우호를 손상시키지 말고 독일 기업을 위해 이라크전 반대입장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제외할 경우 독일의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이며,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1천130억유로였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