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사회의 반전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바지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이라크는 미국에 전쟁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라크는 3일 유엔 감시 아래 알-사무드 2 미사일 6기와 탄두 2개를 추가로 파기했다고 히로 우에키 유엔 무기사찰단 대변인이 밝혔다. 이라크는 지난 1일 처음으로 알-사무드 2 미사일 4기를 파기한데 이어 2일에는 6기를 파기했으며, 이에 따라 파기된 미사일 수는 총 16기로 늘어났다. 무기사찰단은 앞서 유엔이 설정한 사거리 한도(150㎞)를 초과하는 알-사무드 2 미사일의 파기를 요구했으며 이라크는 약 100기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또 약 1주일 안에 탄저균과 VX 신경가스에 관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지난달 28일부터 과학자들에 대한 무기사찰단의 개별 인터뷰도 허용했다. 오는 7일 무기사찰단의 유엔 안보리 보고에 앞서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입증해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전쟁에 반대해온 러시아는 이라크가 미사일 파기를 시작한 것을 환영하고, 유엔 무기사찰 활동을 지속할 것을 촉구했다. 유리 페도토프 외무차관은 "이라크의 알-사무드 2 미사일 파기는 무기 사찰이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하며 사찰을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페도토프 차관은 "미사일 파기는 이라크가 앞으로 무기 사찰에 더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보여주는 가시적 증거로 러시아는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유엔의 승인없이도 전쟁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말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기세다. 애리 플라이셔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라크는 협력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들은 근본적으로 계속 무장해제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영국도 알-사무드 2 미사일을 파기하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진정한 `시험'은 미사일 파기 여부가 아니라면서 "8천500ℓ의 탄저균과 360t의 화학전 약품, 3천t의 화학물질, 1.5t의 VX 신경 물질, 6천500개의 화학 폭탄 등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무기사찰단이 15주내로 단 한 건의 현안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 AP.AFP=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