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 대기업 오너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 넣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3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타임스는 `한국 재벌들, 사선에 서다(Korean conglomerates in line of fire)'라는 제목의 서울발(發) 기사에서 불법 주식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최 회장은 새 정부가 수 십년간 한국 경제를 지배해 온 강력한 재벌들을 상대로 개시한 공격의 첫번째 희생자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삼성과 LG를 비롯한 다른 재벌들은 향후의 공격 목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SK그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중도좌파 성향으로 재벌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과 같은 시기에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노 대통령은 재벌의 투명성 제고와 소액 주주에 대한 족벌 기업주의 책임 강화를 공언해 왔다고 상기시켰다. 정부는 그러나 SK그룹 수사가 노 대통령 취임 이전에 준독립적인 검찰에 의해 착수됐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으며 노 대통령도 정부가 반(反)기업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검찰에 수위를 낮추라고 주문한 것으로 보도됐다고 신문은 밝혔다. 신문은 이번 수사가 노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검찰의 과잉 충성에서 비롯됐다는 일부의 분석과 국민의 관심을 곤혹스러운 현대그룹의 대북 송금 파문으로부터 분산시키려는 전임 김대중 정권의 시도라는 다른 일각의 주장을 동시에 소개했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됐건 수사가 이제는 당초 이를 주장했던 사람들조차 통제하기 힘든 차원으로 발전했으며 SK와 JP 모건증권간의 주식거래에 초점이 맞춰졌던 수사 범위도 한국 최대 이동통신 업체와 정유회사 등을 거느리고 있는 SK그룹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한편 타임스는 기업 지배구조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벌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노 대통령은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주가 조작과 회계 부정 등에 대한 주주들의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사주가 금융 자회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관행이나 부와 권력의 세습을 제한할 방침이며 이같은 정책은 투자자들, 특히 외국인 주주들에 의해 환경받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면 재벌의 사주들은 이같은 규제 강화가 한국 경제의 유연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 대통령의 재벌정책과 관련된 논란에는 향후 재벌의 역할 문제가 자리잡고 있으며 찬성론자들은 재벌이 여전히 고용과 투자, 연구.개발(R&D)의 결정적 원천을 제공하는 성장 엔진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육중한 재벌은 구시대적 유물이며 한국 경제의 미래는 과학과 기술, 서비스에 주력하는 민첩한 기업에 달려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