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국 영토에 미군 주둔을거부한 터키의회 결정으로 이라크전 전략 수정에 고심하고 있다. 터키 영토를 이용하지 않고 이라크 북부지역에 병력과 무기를 공수하는 방안 등 대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초 3월 중순으로 예상됐던 개전시기가 3월말 내지 4월초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항공모함을 추가로 걸프지역에 파견하고 정예 공수사단을 이라크 인접 쿠웨이트에 배치하는 등 전쟁준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전략수정 불가피 = 미국은 터키의회 결정이 이라크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않는다고 애써 강조하며서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댄 헤트리지 미 국방부 대변인은 3일 "긴급 대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L. 존스 유럽주둔 미군사령관은 이라크전에서 미군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 줄어들어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으나 "그것(터키 결정)이 결정적인 요소(show-stopper)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라크전을 지휘할 토미 프랭크스 미중부군사령관은 워싱턴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을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회동시기는 4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전문가들은 미 국방부가 터키영토를 통하지 않고 이라크 북부지역에 병력을 공수하는 내용의 `플랜B'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 제82사단과 101공수사단을 낙하산과 헬기 등을 통해 공중 투입하거나 이탈리아 비첸차에 주둔하고 있는 제173사단 병력을 지중해 항공모함에서 이라크 북부까지 수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공수작전에서 미군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통제지역에 있는 소규모 비행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플랜B'는 군사적으로 실행가능한 방안"이라면서 터키의 지원없이도 이라크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현재 지중해 터키해안에 정박중인 수송선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않은 채 미군 주둔문제에 대한 터키측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자베르 무바라크 알-사바 쿠웨이트 국방장관은 3일 미국측으로부터 터키에 주둔시킬 계획이었던 6만2천명의 병력을 쿠웨이트에 배치하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아직 없었지만 "그들(미국)이 공식요청하면 우리는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전시기 늦어지나 = 터키내 미군 주둔이 불허됨에 따라 이라크 침공이 3월말 내지 4월초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있고 개전시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 통제권 장악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미국 관리들과 군사전문가들이 분석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터키 의회가 미군 주둔문제에 대해 새로운 표결을 곧 실시할 경우 이라크전은 1주일 내지 10일가량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군사행동이 2주일이상 연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4월에 접어들어야만 밝은 달빛을 이용한 야간 선제공습이 용이하다는 분석했다. 이들은 또 이라크전 초기에 미군이 이라크 북부지역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들이 이라크 유전지대 장악하려고 하거나 이라크군이 유전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런 가운데 병력을 걸프지역에 속속 집결시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켄터키주 포트 캠벨 기지를 떠났던 정예 제101 공수사단은 3일 쿠웨이트에 진지를 구축했고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도 이날 걸프지역을 향해 미 서부해안 기지를 출발했다. 니미츠호는 앞으로 1주일후 걸프지역에 도착, 이미 이라크 인근지역에 배치된미 항모 5척과 함께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또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 14대가 이라크전에 대비해 이날 영국 서부 로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 폭격기들이 영국에 계속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영국기지로 떠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쿠웨이트시티.런던 AFP.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