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이라크 전쟁 위기감이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이라크 전쟁이 단기간에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경우 경제는 다시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전쟁후 후세인 정권이 제거될 경우 현재 40달러선에 육박하는 국제유가는 다시 안정세를 되찾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도 회복돼 주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이라크 사태는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기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라크전을 둘러싼 상황은 지난 1991년의 걸프전 때와는 다르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걸프전 이후와 같은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라크전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네 가지 측면이다. 유가 주식시장 달러가치 그리고 소비자 심리가 그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이 네 가지 모두가 걸프전 때와 다르다는 게 신중론자들의 주장이다. 첫째,국제유가. 걸프전 때와 달리 현재의 고유가는 이라크전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안정될 가능성이 낮다. 왜냐하면 최근 유가가 급등한 것은 이라크전 위기감보다는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들의 총파업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원유 비축량은 지난 75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생산능력도 하루 2백만배럴로 걸프전 당시의 3분에 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골드만 삭스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유가는 향후 1년간 배럴당 28달러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둘째,주식시장.걸프전 당시에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당시 주가도 현재보다 훨씬 저평가돼 있었다. 따라서 걸프전 종료 직후 미국의 S&P500지수는 4개월 만에 무려 20%나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전을 통한 미국의 승리'를 기정사실화시켜 놓고 있다. 전후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주식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는 얘기다. 전후 기대할 수 있는 주가 상승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셋째,달러가치.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최소 5백억달러에 달하는 전쟁비용을 거의 혼자 부담해야 한다. 걸프전 당시 미국이 부담한 전비인 40억달러(현재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액수다. 또 소폭이나마 흑자를 유지하던 걸프전 때와 달리 현재 미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어서는 빚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전 이후에도 달러가치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넷째,소비심리.최근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9년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전쟁 위기감이 주 원인이라고 분석하지만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와 높은 실업률 그리고 주가하락 등이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킨 주범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경기 둔화를 단순히 전쟁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치부하거나 전쟁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결여된 낙관론에 불과하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지 2월28일자에 실린 'The economic risk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