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1-3일 불가리아를 공식 방문, 게오르기 파르바노프 대통령 등과 회담한다고 크렘린궁(宮)이 28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나들이는 표면상 양국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지만 제2 이라크 결의안 채택을 둘러싼 국가간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인 불가리아는 현재 미국-영국-스페인 주도의 제2 결의안 채택파와 러시아-독일-프랑스 주축의 반대 진영 사이에서 갈등하고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불가리아가 결의안 채택에 찬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불가리아 지도부는 그럴 경우 유럽연합(EU) 가입을 저지하겠다는 지난주 프랑스측 경고 이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파르바노프 대통령과 시메온-삭세-코르부르그-고타 총리는 최근 모두 이라크에대한 무력 사용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전쟁 반대 입장으로 선회한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對) 이라크 무력 사용에 반대해온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이뤄짐에 따라 양국간에 모종의 막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관심이 모아진다. 러시아는 실제 독일-프랑스-중국 등과 연대해 전쟁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으로 알렉산드르 볼로쉰 크렘린 행정실장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총리를 각각 미국과 이라크에 파견해 막후 협상을 벌이는 등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지난 26일 오후 모스크로 급히 날아와 푸틴 대통령과 이라크 사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제2 결의안 채택을위한 유엔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국가간 지지세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중간에 끼여 있는 불가리아 등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향후 이라크 사태 전개 방향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이번 불가리아행에 남다른 관심이 쏠린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불가리아 독립 125주년 기념을 겸해 이뤄진 이번 방문 기간파르바노프 대통령 등과 에너지 분야 협력, 국가 부채 상환, 경제 협력 확대 방안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