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당초 목표로 잡은 20만명 이상의 병력을 걸프 주변지역에 집결시키고 이라크는 정예부대 일부 병력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정치 근거지로 이동 배치하는 등 양측이 개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27일 정예 공화국수비대를 이끄는 차남 쿠사이를 비롯 군부 최측근들을 소집, 전쟁 준비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했다. 미군은 7번째 항모 니미츠호와 B-2 스텔스기에 발진 명령을 내리는 등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이라크 결전대비= 후세인은 쿠사이와 압둘 호웨이시 군수산업장관, 하솀 아흐마드 국방장관, 군수산업기구 전문가 등을 불러모아 전쟁준비를 독려했다고 관영 INA통신이 보도했다. 후세인은 군의 전쟁준비 노력을 치하하고 여러 부문에서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이라크 18개 주 지사들은 별도 회의에서 침략자들과 맞서 싸우기 위한 전투동원준비를 마쳤다고 후세인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은 앞서 26일 자위 차원에서 각자 참호를 팔 것을 전국민에 지시했다. 미 국방부 소식통들은 그러나 참호를 파는 것은 자위 차원이 아니라 석유를 넣고 불을 질러 미군의 공습을 방해하려는 작전의 일환이라며 이라크측이 이미 실험까지 마쳤다고 주장했다. 후세인 정권의 2인자로 아랍정상회의 참석차 이집트로 출발한 에자트 이브라힘 혁명지휘위원회 부의장은 이날 중간 기착지인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우리 군은 미국 주도의 침략군을 패퇴시킬 때까지 싸울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주요 병력이 급박하게 이동하는 등 실전 체제로 배치되는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공화국수비대 핵심전력인 아드난 사단의 일부 병력은 지난 26일부터 북부 모술에서 후세인의 고향이자 정치 근거지인 티크리트로 이동 중인 모습이 탐지됐다고 미 국방관리가 전했다. 이 관리는 "병력의 최종 목적지는 확실치 않지만 미군이 북부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터키측이 허용한 조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탱크와 장갑차, 중무장 수송차량 등이 수도 바그다드로 집결, 미군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개전전력 도달= 미 국방부는 27일까지 걸프 주변지역에 집결한 미군 총 병력이 22만5천명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중 1만6천명은 아프가니스탄과 동부 아프리카에 배치돼 있지만 상황에 따라 동원이 가능하다. 미 항모 니미츠호는 오는 3일 샌디에이고에서 발진해 걸프 해역에 합류할 예정이다. 첨단 B-2 스텔기도 미주리에서 출격 명령을 받고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향해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병력 배치상황을 일부 공개하는 것은 후세인이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유엔 결의를 준수하도록 압박을 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정예병력의 티크리트 이동에 대비해 미군도 제4보병사단이 조만간 터키에서 이라크 북부로 진격할 태세를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군 전투기들은 27일 오후 2시(한국시간 28일 새벽 4시)께 이라크 북부지역의 군 통신시설을 폭격했다고 미군 유럽사령부가 밝혔다. 사령부 관계자는 "동맹군 전투기들이 광섬유, 케이블, 무선전파 통신시설에 정밀유도 폭탄을 투하했다"고 말했다. 미군은 전날도 이라크 남.북부의 지대지.지대공 미사일 발사기지를 폭격했다. (바그다드.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