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리쿠드당내 경쟁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외무장관을 경질하고 외교경험이 거의 없는 45세의 실반 샬롬 재무장관을 신임 외무장관으로 기용하는 등 강경파 일색의 연정 구성을 공개했다.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 반대하는 강경론자들로 구성된 연정이 출범하게 됨으로써 이미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는 더욱 험악해 질 전망이다.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아예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 몰아낼 것을 주장하는 국민동맹(NU)과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주장하는 극우 국민종교당(NRP), 중도파 시누이당과 연정을 구성, 빠르면 27일 내각 명단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외무장관에는 샤론 총리의 후계자가 되려는 야망을 품고 있는 샬롬 재무장관이 임명됐고 네타냐후 외무장관은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외무장관 이외의 직책은 일체 거부하겠다던 네타냐후는 당초 입장을 바꿔 부총리를 겸임하는 조건으로 재무장관직을 수락할 의사를 비치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축출과 팔레스타인 군사 진압을 적극 지지하는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은 유임됐고 역시 극우파인 차히 하네그비 환경장관이 국내보안장관에 임명됐다. 하네그비는 지난 1980년 자신이 학생회장으로 있던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에서 아랍인 학생들을 쇠사슬로 공격해 6개월 집행유예 형을선고받은 전과가 있는 인물이다. 같은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리쿠드당의 이스라엘 카츠는 농무장관에 임명됐고 리모르 리브나트 교육장관은 유임됐다. 이처럼 강경파 일색인 새 내각의 국정 지침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 및러시아 등 중재자들이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과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 등을 제시한 `평화 약도' 수락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샤론 총리의 새 연정 구성에 따라 총 120석의 크네세트(의회)는 리쿠드당 40석에 NRP 6석, NU 7석, 중도파 시누이당 15석을 합해 68석의 원내 다수세력이 형성됐다. 시누이당은 평화노력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지도부는 현시점에서는 종교의 영향력 축소라는 내정문제에 집중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 1990년대 팔레스타인과 잠정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 평화지향적 정책을 펴 온 노동당의 암람 미츠나 당수는 최근 샤론 총리와 여러 차례 만나 연정을 협의했으나 샤론 총리가 NRP측과 연정구성에 합의한 뒤 연정 참여의사를 철회했다. 지난 2001년 2월 총리로 선출된 후 20개월간 노동당을 연정 파트너로 삼았던 샤론은 강경한 군사정책을 채택, 현재 29개월째를 맞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이스라엘 봉기(인티파타)를 진압하려 노력하고 있다. 작년 한 해동안 이스라엘군은 요르단 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도시와 마을 대부분을 점령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각료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이스라엘의 새 내각 구성과 관련, "이제 더 이상 평화 약도는 없다는 뜻"이라며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이이스라엘에게 태도를 완화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희망했다. (예루살렘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