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 관련 정보를 자진해 유엔 사찰단에 제공해 사찰에 적극 협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ㆍ검증ㆍ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이 25일 밝혔다. 핵무기를 제외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사찰을 책임지고 있는 블릭스 위원장은오는 3월1일로 예정된 사찰경과 서면보고 준비를 위해 무기 전문가 및 주요국 관리들과 회의를 갖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라크가 최근 수일간 대량파괴무기 관련정보가 담긴 6통의 편지를 사찰단에 보내왔다"고 말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그러나 최대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불법 미사일 파기 지시에관해서는 이라크가 아직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이라크와 사찰단간 논의대상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서면보고에 이어 오는 3월7일 안보리에 출석해 이라크 사찰결과를 설명하며 미국과 영국은 그 직후 새 이라크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 표결을 실시한 뒤 결과에 관계없이 곧바로 이라크 전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요소가 있으며 앞으로계속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라크의 협조자세에 실질적인 진전의조짐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유엔 사찰단에 전해진 편지들에 관해 그는 "한 통은 이라크 생물무기 폐기장소로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곳에서 액체가 채워진 R-400 폭탄 한개를 발견했다는 내용이며 또다른 편지는 91년 금지된 무기의 폐기에 관한 수기(手記) 문서들을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더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R-400 공중투하 폭탄은생물, 화학 제제를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라크는 앞서 탄저균 포자등 생물학 제제들이 채워진 R-400폭탄 155개를 생산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91년 걸프전의 와중에 모두를 폐기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는 이라크 정부와 사찰단의 합의에 따라이라크 대량파괴무기 관련 서류와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설립된 2개의 위원회가 활동을 벌인 결과 이러한 새 정보들이 사찰단에 전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가 그동안 R-400 폭탄을 비롯해 대량파괴무기와 관련 장비, 물자를 폐기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에 관한 증거를 내놓지 않아 이라크의 협조자세가 미흡하다고 강력히 비판해 왔다. 특히 25일부터 시판되기 시작한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3월3일자)에 실린 회견에서는 "이라크가 신뢰성을 잃었다"고 언급해 오는 3월7일 안보리 보고에서 이라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힐 것으로 관측돼 왔다. 이라크가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사찰단에 적극 협력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최대한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려놓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가 오는 3월 7일 사찰단의 안보리 보고까지 이어진다면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에 매우 호의적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크고 "사찰절차에 의해 이라크를 평화적으로 무장해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프랑스 등 전쟁반대 국가들의 주장에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