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무력을 통한 이라크 무장해제 결의안을 제출함에 따라 안보리 승인을얻기 위한 개전 및 반전 세력간 외교전이 한층 가열된 전망이다. 특히 새 이라크 결의안을 놓고 야기된 갈등의 중심에는 미국과 프랑스가 각기자리잡고 있어, 이번 외교전은 미국과 프랑스 간 `파워 대결' 형국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이날 영국, 스페인과 함께 새 이라크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가운데러시아, 독일,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프랑스는 최소한 5개월 동안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이라크 무장해제를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회람에 돌렸다. 프랑스는 안보리 표결을 요하지 않는 외교각서 형태로 이날 중 러시아와 독일과 함께 이같은 방안을 안보리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번에 미국이 새로 제출된 이라크 결의안이 안보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없이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의 찬성을 얻어야 하나, 5개 상임이사국 중 프랑스가 이미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데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새 이라크 결의안에 찬성하고 안보리 이사국은 미국을 포함해 영국, 스페인, 불가리아 등 4개국에 불과한 상황이다. 미국은 이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들을 설득해 이라크 공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이를 토대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반전세력을 압박, 이라크 결의안을관철한다는 전략 아래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며칠 전부터 고위 관리들을 유엔본부로 파견, 지지세력 규합에 나섰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함께 전화 외교전에 직접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데르 볼로쉰 크렘린 행정실장과 전화통화를 했으며블레어 총리는 지난 주말을 이용, 멕시코, 칠레,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라크 문제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양국 당국자들은 밝혔다. 미 정부는 또 스페인과 호주로부터 안보리 이사국을 상대로 로비를 펼칠 외교관들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존 볼튼 국무차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게오르기 마메도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회담을 갖고 북한 핵과 더불어 이라크 결의안 문제를 논의했다. 한 미국 외교관은 "백악관의 주문은 `필요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라는것"이라면서 "이는 정말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크 그로스만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킴 홈즈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멕시코 시티를 방문, 이라크 결의안을 지지해 주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익명을 요청한미국과 멕시코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본부 주변에서는 앙골라, 기니, 카메룬 등과 같은 아프리카 빈국들이 국익 차원에서 미국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반전세력도 이같은 움직임에 맞서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양국 외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회담을 갖고 새 이라크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다는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르 피가로와 가진 인터뷰에서 새 이라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은 안보리 의결에 필요한9표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같은 질문은 부적절하다면서 결의안 저지에 자신감을 표명했다. 이와 함께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25일 런던에서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데 이어 블레어 총리와도 만나 이라크 문제를 논의한다고 독일 외무부가 밝혔다. (유엔본부.워싱턴.런던.베를린 AP.AF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