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미국 주도의 대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150만명이 반전 시위에 참여하는 등 지난 주말 세계 도처에서 반전시위가 계속됐다. 특히 이라크와 쿠웨이트 접경 비무장지대에서 미국의 반전 운동가들이 텐트를설치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반전 시위에서 보여지듯 미국이 국제 사회의 지지를 이끌지 못하는 요인으로는그동안 선보인 독단 행보가 비난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한편 집권 기간 이목을 받지 못했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의 대치를 통해 국제 사회의 평화 옹호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 반전시위= 미국의 대이라크 강경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스페인에서 150만명(경찰측 10만명 추정)의 반전 시위대가 23일 수도 마드리드에서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날 시위에 앞서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는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의 국민당(PP)이 1996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사회주의 계열 야당에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을 주도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반전 시위대 중 10여명이 미군이 주둔해 있는 남서부 페어퍼드 공군 기지에 진입하려다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교 국가인 네팔에서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인, 영국인, 호주인, 캐나다인 등 500여명이 평화를 기원하며 수도 카트만두 인근 불교 사원에서 5만개의 램프를 내걸었다.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의 소수 기독교도들은 이날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교회에모여 이라크 위기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에서는 정당 지도자들과 정부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소 6만여명이 수도 라바트 도심에서 반전 평화 시위를 벌였다. 7천500여명의 이집트 대학생들은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의 대학 캠퍼스에 모여"미국은 신의 적이다"를 외치며 반전 시위를 이어갔다. 레바논 남부 티레에서는 이슬람교도와 기독교 고위 성직자들이 주축이 된 5천여명이 시위대가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비동맹운동(NAM) 주최국인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는 이날 10만여명이 모인 반전 시위에서 서구 세력은 테러리즘을 세계 정복의 구실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라크 전쟁에 성공하면 이란과 북한을 다음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의 크리켓 영웅으로 변신한 정치인 임란 칸도 이날 유엔 안보리가 전쟁을 허락해도 이라크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미국의 군사 공격에 반대했다. ◇ 이라크-쿠웨이트 접경서 단식농성: 미국의 반전 운동가들은 이날 미군 병력이 주둔중인 이라크와 쿠웨이트 접경 비무장 지대에서 단식 농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라크평화팀(IPT)의 마이크 퍼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는 24일 9만여명의 미군 병력이 전진 대기중인 이라크와 쿠웨이트 국경 비무장 지대로 이동할것"이며 "텐트를 설치하고 4일간의 단식 농성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퍼너는 이라크 당국이 반전 운동가들의 국경 지대로의 이동을 허가했다고 덧붙였다. ◇ 美, 국제 지지 확보 실패: 부시 미 행정부의 국제 사회에서의 독단 행보가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 기후 변화에 관한 교토의정서에서 철수하고 새롭게 출범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표명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 일방적 행보를 이어가며 빈축을 사고 있다. 또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프랑스와독일을 겨냥한 "늙은 유럽" 발언도 미국의 이미지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10명중 8명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독일과 프랑스에서역대 최저 인기를 얻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 시라크 대통령 국제 사회에서 부상: 집권 7년동안 부패 스캔들로 인해 프랑스 현대사에서 잊혀질 위기에 처했던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으로 일약국제 무대에서 부상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와 이라크 전쟁 문제를 놓고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결의안을 거부할 의지를 표명하는 등 국제 사회의 반전 여론을 주도하면서 조명을 받고 있는 것. 전세계 대규모 반전 시위를 통해 지지받고 있는 시라크 대통령의 미국과의 이번대치는 단순히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냉전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을 얼마나 무력화시키는냐는 것도 또다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마드리드.런던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