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를 둘러싸고 분열된 유럽연합(EU)은 17일 열린 긴급정상회담에서 '군사행동은 마지막 수단'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갈등의 소지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또다시 갈등을 노출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신(新) 유럽'과 사찰 연장을 주장하는 '구(舊) 유럽'간 입장 차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18일 보도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미국을 지지하는 서한에 서명한 동유럽 국가들의 행동이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면서 EU 가입 기회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특히 EU 가입 협상을 진행중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겨냥, "누구든 EU 가입 기회를 위태롭게 하길 원했다면 (미국 지지 서명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 중동부 유럽 10개국은 지난 6일 미국 지지를 선언했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어 "두번째 결의안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 전쟁을 승인하는 유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브뤼셀 EU 각료이사회 본부에서 열린 긴급정상회담은 EU 역사상 가장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격론이 오고간 회담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 시라크 대통령보다 미국을 전폭 지지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 이라크의 완전한 협력없이 무기사찰이 무한정 지속될 수없다고 못박은 것은 미국과 영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무기사찰단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줘야 한다고 공동성명 내용을 수정한 것은 프랑스와 독일의 승리로 평가된다. 그러나 군사행동에 반대하는 게르하르트슈뢰더 독일 총리는 '추가(more) 시간'이라는 표현을 포함시키는 데 실패했다. 한편 EU 순번 의장국인 그리스의 코스타스 시미티스 총리는 EU 가입 후보국들과 별도의 회담을 열고 긴급정상회담 결과를 보고한다. EU 지도자들은 후보국들에 대해 긴급정상회담에서 도출한 이라크 사태에 대한 EU의 입장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미국을 지지하는 폴란드의 블로드치미레스 치모스체비츠 외무장관은 후보국들이 EU의 공동 입장을 수용할 것같다면서 그러나 후보국들이 긴급정상회담에서 배제된 것이 후보국들의 친미 성향과 관련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