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라크 무력공격을 승인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17일 이라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담 참석차 브뤼셀에 도착한 뒤 기자들에게 "오늘날 2차 결의를 채택할 필요가 없으며 프랑스는 2차 결의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시라크 대통령이 유엔의 이라크 2차 결의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발간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회견에서 이라크 위기와 관련해"유엔이 2차 결의를 채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으나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밝히지는 않았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우리는 이라크 무장해제에 관한 유엔결의 1441호를 이행중이며 사찰단만이 이 과정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해 기존 유엔 결의로 이라크 무장해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라크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 EU 가입 기회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서한에 서명한 동유럽 국가들의 행동은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면서 "EU 가입은 최소한의 상호 이해를 의미하기 때문에 솔직히 EU 가입 후보국인 이 국가들이 경솔하게 행동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10개 후보국들의 EU 가입은 EU 15개 회원국 의회의 승인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위치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특히 오는 2007년 EU에 가입하는 문제를 협상중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대해 "이 국가들은 자국의 입장이 미묘한 시점에 무책임하게 (미국에 동조하는 서한에) 서명했다"고 비난했다.


EU 후보국들은 대부분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으며, 이 중 폴란드와 헝가리,체코 등은 영국과 덴마크,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과 함께 지난달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동 서한에 서명한 데 이어 10개 동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서한에 서명했다.


이라크 군사공격을 지지하는 영국과 스페인 등 일부 EU 회원국들은 후보국들의 EU 특별정상회담 참석을 시사했으나 프랑스와 독일이 이에 반대해 회의 참석이 무산됐었다.


후보국들은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대신 18일 순번 의장국인 그리스로부터 회의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코스타스 시미티스 그리스 총리는 "우리는 친미(親美) 또는 반미 입장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후보국들이 미국을 지지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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