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對이라크 군사공격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중동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미주, 호주 등 전세계에서 14일 주말을 맞아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전시위가 시작됐다. 토요일인 15일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에서 적게는 수천명 단위의 대규모 반전 군중집회와 행진, 강연 등 각종 행사가 계획돼 있으나 이에 앞서 14일부터 평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으며 평화운동가들은 강력한 반전 의사를 밝혀온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 대사관에 꽃다발과 카드를 보내 감사와 격려의 뜻을 밝혔다. 중동 지역에서는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연휴가 끝나는 금요 대예배일인 14일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요르단, 이란 등에서 수만명의 반전 인파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미국 가톨릭 교회 수장인 로저 마호니 로스앤젤레스 대주교는 전쟁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을 대신할 방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지구의 가장 동쪽인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된 평화 시위에는 베트남전 이후 최대 규모인 15만명의 군중이 운집해 이미 2천명의 병력 파견을 약속한 존 하워드 총리를 성토하며 반전 구호를 외쳤다. 일본 도쿄에서도 이날 노동계, 평화운동 단체 등으로 구성된 약 6천명이 "전쟁은 해답이 아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흔들며 젊음의 거리인 시부야까지 행진했으며 고교생이 포함된 30여명의 일본인이 인간 방패를 자원해 이라크로 떠날 준비를 하고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에서도 주민들이 전쟁 방지를 위해 미국 및 동맹국들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하며 각국 외교공관에 평화를 상징하는 꽃다발을 전달했다. 홍콩에서도 시위가 시작됐으며 태국, 뉴질랜드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파키스탄과 인도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 상당수가 15일 전세계에서 일제히 열리는 반전시위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필리핀과 스리랑카에서도 좌파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반전.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한편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조자인 영국에서는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 노조 지도자, 배우들을 비롯, 50만명이 참여하는 행진이 런던에서 벌어질 예정이며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천명의 경찰관을 시위 현장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에는 미국의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도 참여하며 글라스고와벨파스트,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도 시위가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서 14일 런던에서는 100여명의 인기 가수들이 크라이테리온 극장에서 반전 음악회를 열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도 10만명이 참여하는 반전 시위가 열릴 예정인데 3명의 현직 각료들이 실정법을 위반해 가면서 이에 가담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안에서 미국의 지지자였던 노르웨이 수도오슬로에서는 평화운동가들이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 등 반전 국가 공관에 꽃과 카드 등을 보내 연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2천여명의 시위대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고 아랍 지도자들에게 적극적 전쟁방지 역할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슬람 총본산인 알-아즈하르 사원에서 금요예배를 마치고 나온 시위대는 "미국 타도" 등 구호를 외치면서 전세계 이슬람 국가들이 일치단결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막도록 촉구했다. 특히 이집트 정부에 의해 합법적 정치활동이 금지된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을 통해 15, 16일을 `분노와 항의의 날'로 정하고 이슬람 신도들에게 반전 목소리를 결집해 줄 것을 당부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는 약 1만5천명이 운집, 이라크에 연대를 표시하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 계획에 반대하는 격력 시위를 벌였다. 자발리야 난민촌은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단체 하마스의 거점으로 시위대는 팔레스타인기와 이라크, 하마스기를 흔들고 "가자에서 예닌까지 순교를"이라는 구호를외쳤다. 시위대는 이라크측에 대미(對美) 자살공격을 촉구하며 성조기를 불태우기도했다. 요르단 수도 암만과 베이루트, 바그다드 등에서는 15일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멜버른.런던.도쿄.메카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