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들이 미국의 대 이라크 군사 공격을 늦추려는 노력을 보이는 가운데 이라크는 10일 U-2 정찰기를 이용한 유엔의 영공사찰 비행을 허용하고 정찰기 조종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측의 이런 제의는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이라크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감지했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것으로, 미국의 군사공격을 피해보기위한 조치로 분석되고 있다.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는 AP 통신과 회견에서 이라크 정부가 U-2기를 이용한 유엔의 사찰 비행을 무조건 허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와 함께 대량살상무기 사용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과학담당 보좌관 아미르 알-사아디도 "미국제 U-2기, 프랑스제 미라주, 러시아제 안토노프기를 이용한 이라크 상공의 고(高)고도 사찰 비행을 무조건 허용한다는 뜻을 무기사찰단장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 당국이 항공기와 조종사의 안전을 보장할 것임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런 보도가 나온 직후 비행금지구역 상공을 초계비행하는 미국과 영국군 전투기들이 U-2기가 사찰 비행을 하는 동안 이라크 방공진지에 공격을 하지 말아야한다고 밝힌 것으로 이라크 국영 매체들이 전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바그다드를 방문중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외에 국제사회가 유엔 무기사찰을 위해 U-2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미국과 영국측에 이라크 진지를 공격하지 말라고 말해야한다"고 밝혔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어 "그렇게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라크측에 미국의 군사력에 굴복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며 자존심이 있는 독립국가라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후세인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시점이 유엔에 대한 이라크측의 U-2기 정찰 허용 방침 통보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명확지 않으나 사찰 비행 허용 결정을 수정하는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그간 미국과 영국이 비행금지구역 상공에서 초계 비행을 계속하는 상황에선 U-2기를 사찰 비행에 이용할 경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사찰 비행 허용을 꺼려왔다. 미국은 그러나 이라크 측의 사찰 비행 허용 및 무기사찰단에 대한 전폭적 협력약속을 " 전술적 후퇴"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과거 경험으로 판단할 때 이라크측의 이런 제의는 `전술적 후퇴'에 불과하다면서 이라크는 유엔의 무장해제 요구를 신속하고 전폭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우처대변인은 "관심이 끌리는 내용이 없다"면서 "이라크가 어떠한 비행도 실제로 허용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라크의 행위는 유엔 결의로 판단해야지 다른 기준이나 진전상황에 의해 판단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앞서 후세인 대통령이 무기사찰단에 협력하지도 안고 평화를 위해서도 협력하지 않고 있다면서 군사력 사용 필요성이 점점 가까와지고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뉴욕 AP AFP=연합뉴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