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발발시 터키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포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 요청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가 10일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이라크전 개시를 앞두고 전쟁 동참 세력을 확산시키려 공을 쏟았던 미국과 영국은 이날 결정으로 당분간 전쟁분위기 확산 노력에 작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반면 전쟁에 반대해온 프랑스와 독일은 좀 더 시간을 벌어가며 자신들이 제안한 평화적 해결 방안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독일 등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독전(督戰)에 힘써오던 미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 회담한 뒤 "나토는 도움을 요청하는 회원국을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파월 장관은 나토 헌장 4조가 "터키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해결책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니콜라스 번스 나토주재 미국 대사도 "이는 가장 불행한 결정"이라며 "나토는 이로 인해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일갈했다. 얀 페테르센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노르웨이 NTB 통신과의 회견에서 이번 결정이"전적으로 잘못됐다"면서 "나토의 핵심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준비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짓지 못해 실망스럽지만 중요한 점은 논의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라며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다"고 밝혀 상황을 두고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브뤼셀 나토본부의 한 프랑스 관리는 나토가 터키 방위를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이날 파문의 당사국인 터키는 즉각 나토 헌장 4조에 따라 긴급 회의를 열 것을 나토 회원국들에 제안했다. 나토 헌장 4조는 "회원국중 영토적 주권, 정치적 독립 또는 국가기구의 안보가위협 받을 때 회원국들은 이를 협의한다"는 규정으로 터키의 요구에 따라 회의가 열릴 경우 이는 53년 나토 역사상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야사르 야키스 터키 외무장관은 그러나 "군사 지원에 대한 시점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을 뿐 터키를 보호해야한다는 데에는 입장차이가 없었다"며 이같은 나토내의 의견차가 곧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의 요청 수용여부를 놓고 나토 회원국간 "매우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나토와 터키와의 관계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군사행동이 있을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후세인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면서 이라크는 유엔의 협력함으로써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뤼셀.앙카라 AP.AFP=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