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8일 총선을 전후해 팔레스타인 고위 지도자 2명을 비공개 접촉했다고 이스라엘 방송들이 7일 보도했다. 채널1 TV는 샤론 총리가 리쿠드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에 앞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2인자인 마흐무드 압바스(일명 아부 마젠)를 비밀리에 만났다고 전했다. 민방인 채널 2 TV도 샤론 총리가 총선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장인 아흐메드 쿠레이(일명 아부 알라)를 만나 유혈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관리들도 극우 지도자인 샤론 총리가 쿠레이 의장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샤론 총리가 팔레스타인 고위 지도자들을 직접 만난 것은 최근 1년여만에 처음이라면서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샤론 총리와 쿠레이 의장의 회담은 네게브 사막의 샤론 총리 소유 목장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2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유혈충돌 종식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전해졌다. 회담에는 샤론 총리 비서실장인 도브 바이스글라스와 데니얼 커처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배석했다고 공영 TV는 전했다. 압바스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야세르 아라파트자치정부 수반의 유력한 후계자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이집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 인근 아랍국들은 한때 개혁성향이 강한 압바스를 자치정부 총리로 강력히천거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 대표로 참여했던 쿠레이 의장도 아라파트 수반의 측근으로 분류되며 아라파트의 후계자 후보군에 포함되는 인물이다. 그는 샤론 총리와 시몬 페레스 전 외무장관 등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샤론 총리와는 평화협상이 결렬되기전까지 수시로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샤론 총리는 재임 2년간 아랍 지도자들을 전혀 만나지 않았으며 아라파트 수반은 대화 상대로도 여기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외면해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샤론 총리가 그동안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들과의 접촉을 숨겨왔지만 노동당의 연정 합류를 설득하기 위해 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 재개를 주장하는 노동당을 달래기 위해팔레스타인 관리들과의 접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샤론 총리는 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아랍권의 대미 지지를 규합하기 위해 팔레스타인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이스라엘 언론들은 분석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