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5일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의 무기은닉 및 알-카에다 연계 주장을 펼쳤으나 이를 입증할만한 '명백한 증거(smoking gun)는 내놓지 못했으며 14일 유엔무기사찰단의 추가 보고가 이라크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일 것이라고 BBC 방송 인터넷판이 6일 논평했다. 다음은 BBC의 파월 장관 보고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파월은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관련 의혹을 '입증'해주는 녹음 테이프 3개와위성사진, 이라크 망명자 증언 등 자료들을 제시했는데 특히 회원국들에게 관련자육성 녹음을 들려준 것은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기껏해야 이라크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도 '이라크가 불법물질들을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있다'는 내용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증거들은 또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애들레이 스티븐슨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제시해 소련을 꼼짝못하게 한 미사일 사진만큼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무기사찰단에 대한 협력 미비 이라크가 사찰단에 전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다수가 공감할 수 있고,또 일부는 이라크가 여전히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거나 보유중이라는 미 주장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파월은 대량살상무기의 실체를 적시하지못했고 이런주장에 대해 여러 방면의 의견 편차도 심하다. ◆잘못된 질문 국제위기그룹(ICG)을 이끄는 가레트 에반스 전 호주 외무장관은 이라크 사태를둘러싸고 '잘못된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가 무력으로 전복할만큼 그토록 위협적인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이라크-알 카에다 연계 테러분자들의 신상이나 활동, 접촉 내용이 이번만큼 구체적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이런 증거들은 그동안 유럽국가들에서 알-카에다 관련 인사들이 체포됐고 리신(백색유독단백질분) 등 독극물이 발견된 만큼 부분적으론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알-카에다간의 전방위적인 연계 주장에 대해서는 더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러시아에 대한 지지 호소 파월이 이날 제시한 이라크-알 카에다 연계 관련 증거는 예상보다 한층 구체적인데 이는 미,영이 앞서 시사한 내용에 대한 일각의 도전을 의식한 때문이다. 그가그루지아와 체첸반군들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밝힌 것은 러시아로부터 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은 오사마 빈 라덴의 고위 측근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후 이라크에 도피한아부 무삽 자르카위가 이라크에서 8개월간 자유롭게 숨어지내면서 유럽국가들에 대해 리신 등 독극물 테러를 기도한 테러그룹을 지휘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폭로했다. ▲녹음 테이프.위성 사진 공화국수비대 장교의 육성 테이프들은 금지된 무기의 은폐 대책을 논의한 내용으로 미국이 돈을 주고 입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테이프 내용중엔은폐 대책 논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정확한 경위나 설명이 부족하다. 또 화학무기 공장 등에 대한 위성사진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생산 또는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내용은 못된다. ▲그래픽 설명은 설득력 탄저균 등 생물무기 생산과 연구를 위한 이동식 시설을 설치했고 이동시설을 트럭에 실어 은폐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그래픽으로 처리해 주장했는데 이는 지난해 영국과 미 CIA가 공개한 것이다. 이번에 '3인의 목격자' 말을 인용해 추가한 내용 중'은폐작업이 사찰단들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슬람 기도일인 금요일마다 이뤄졌다'는 식의 구체적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알루미늄 튜브 파월은 후세인이 유엔사찰 재개 후에도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알루미늄 튜브 획득을 시도하는 등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 온 미국인들의 주장이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알루미늄 튜브가 로켓 발사용이아니라 핵개발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 생산용이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IAEA는이런 주장에 대해 결론을 유보한 상태다. ▲무인항공기(UAV) 이라크가 화학.생물무기 공격에 적합한 소형 무인항공기(UAV)를 개발, 사용하고있다는 내용은 지난해 보고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UAV가 일반인의 예상보다 훨씬 작아지고 이동에도 편리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생산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 ◆로켓 엔진 380개에 달하는 로켓 엔진을 불법 수입한 사실은 블릭스 사찰단장이 지적한 바있다. 이는 최종적으로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 여부를 떠나서 불법적인 것이다. ▲마그넷 등 구매 시도 마그넷(자석)과 농축우라늄을 원심에서 분리해내는 '밸런싱 머신' 등 의심을 살만한 물품들을 수입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무기실태 보고서에 언급된 바 있다. ◆이라크 사태 향방 파월의 안보리 보고 후 이라크 사태의 행방을 관측할 수 있는 다음 단계의 조치는 블릭스 사찰단장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위원회(IAEA) 사무총장이 오는 14일 안보리에서 행할 제2차 사찰보고 이후에 결정될 전망이다. 사찰단의 추가 보고서는 파월 장관이 제시한 증거와 함께 다뤄져 유엔의 다음행동 결정에 영향을 미칠 예상이다. 그러나 파월은 이날 안보리 연설에서 유엔이 행동하지 않으면 미국이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