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남극 주변의 차디찬 바닷속에 서식하는 어류인 비막치어(Patagonian toothfish)가 북극의 그린란드 근해에서 목격됐다고 과학자들이 5일 밝혔다. 이 물고기가 북반구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심해의 차가운 해류가 지구의 거의 절반을 돈 비막치어의 이같은이례적 여행을 도와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통 길이 1.8m, 몸무게 70㎏인 비막치어는 지난 2000년 11월 그린란드 근해에서 북해산 넙치 잡이 어부들에게 사로잡혔다. 당시 어부들은 비막치어를 잡고 너무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이를 팔거나 방생하는대신 이를 냉동해 과학자들에 넘겨준 것이라고 영국 과학전문 주간지 ‘네이처’에 게재된 한 기고문이 밝혔다. 이 고기를 조사한 코펜하겐 대학 동물학자들은 문제의 이 어류가 남극에서 줄곧헤엄쳐 왔지 그린란드 근해의 토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 학자는 그린란드 해역이 지난 20여 년 간 어로작업이 극히 활발했고 어족 조사도 철저히 이뤄져온 곳이기 때문에 비막치어가 이 해역에 존재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얼마나 많은 비막치어가 그린란드 근해에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비막치어는 장거리를 헤엄쳐 돌아다니는 어종으로 유명하지만 종전까지 이 종이발견된 가장 먼 북쪽 해역은 남극 북쪽 1만㎞ 지점인 우루과이 근해가 고작이었다. 전문가들은 2℃∼11℃ 사이의 찬 물속에서만 살 수 있는 비막치어가 만약 따뜻한 열대지역으로 들어간다면 생존할 수 없을 것으로 믿어왔다. 그러나 코펜하겐 연구원들은 비막치어가 대서양 심해의 찬 물길을 따라 적도의 따뜻한 해역을 통과함으로써 살아남은 게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파리 AFP=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